▲왼쪽은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오른쪽은 장 교수가 펴낸 책 <지방부활시대> 앞표지
장호순/당진시대미디어협동조합
'지역사회'와 '언론'을 주제로 한 우물을 파온 장 교수의 '지방분권론'은 놀랍지 않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지방소멸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신선하다. 그는 '왜 지방부활을 위한 수많은 대안이 실현되지 못하는가'를 한참 동안 설명했다.
"최근 지방소멸 문제, 서울과 지방의 균형 문제를 다루는 언론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하지만 대안은 새로울 게 없어요. 지역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방 대학을 육성하고, 서울에 있는 것들을 지역으로 분산해야 하고... 그동안 해왔던 얘기뿐입니다."
그가 내놓은 핵심 처방은 '서울에 기대지 말라'는 것이다.
"왜 지방분권이 실현되지 않았을까요. 지역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게 아니라 서울 사람들이 해결해 줄 거라는 의식이 가장 큰 요인입니다. 서울 사람들이 지방의 문제를 해결해줄까요? 역사를 보면 한 국가 내에서 한 지역의 문제를 이웃 지역에서 해결해 주지 않아요. 다른 나라의 문제를 옆 나라가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서울 사람들이 해결해주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면 지방은 소멸하지 부활하지 않는다는 게 이 책의 핵심 주제입니다."
그는 지역 인재를 서울로 많이 보내는 학교가 '좋은 학교'로 평가되는 현실을 예로 들었다.
"무작정 서울 상경하거나 서울에 정착해 성공한 모델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죠. 지방의 엘리트들도 '지방은 소멸하지만 나는, 내 자식들은 서울 가서 성공할 수 있어' 하고 생각하죠. 지방에서 '좋은 학교'의 기준은 아이들을 서울로 많이 보내는 학교죠. 지방정부에서는 그런 학교에 수많은 지원을 하고, 서울지역 대학에 다니는 학생을 위한 기숙사도 만들어주고 장학금도 주죠. 지역에 남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열등감을 주는 일인데도 말이죠."
역대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 장 교수는 정책 주도 세력이 누구인가를 중심으로 주제를 풀어냈다.
"그동안 역대 정부에서 지역균형발전, 지방분권 정책은 핵심 공약으로 항상 등장했고 추진됐죠.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어요. 왜일까요? 노무현 정부는 정책을 주도한 사람들이 지방 출신이었습니다. 그러니 내용도 진정성이 있었고 일정한 성과도 있었죠. 노무현 정부 이후에는 진정성이 없는 정치적 수사와 속 빈 공약으로 채워졌어요. 그러다 보니 지방 사람들도 큰 관심이나 기대를 하지 않게 됐죠."
"지방대학=문화적 열등감 상징... 청년이 가장 큰 희생자"
그는 문재인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도 "지방자치법 개정과 자치경찰제 도입 등으로 진전이 있긴 하지만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인해 훼손되긴 했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가 뿌려놓은 씨앗이 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때에는 '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죠. 하지만 기대가 현실화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물론 지방자치법 일부를 개정하고 자치경찰제도 도입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서울과 지방의 구조를 바꾸는 것까지 이르지 못했어요. 새롭고 안정적, 효율적, 경쟁력 있는 지방분권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어요. 지방분권 개헌조차도 추진이 되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