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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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대대손손 아침형 인간이다. 밤 10시가 되면 집안을 소등하고, 새벽 6시가 되면 모두 일어나 아침밥을 먹는다. 두 마리의 강아지마저 해가 질 때 자고 동이 틀 때 일어나는 새 나라의 동물이 되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 '당신의 인생을 바꾸는 데 아침 6분이면 충분하다' 등의 흔한 구절처럼, 사회는 나 같은 아침형 인간에게 이유 없이 손뼉을 쳐주었다. 친구들과 떠난 지방 여행에서 배가 고파 혼자 새벽 6시에 보쌈을 데워 먹었다는 이유로, 푹 자고 와서 그런 것일 뿐인데 오전 수업에 졸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는 '부지런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침은 정말 '기적'일까?
어느 날 SNS에서 '미라클 모닝' 챌린지를 접했다. 자투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최소 밤 11시에 자고 새벽에 일어나 자기계발 시간을 가지는 도전이었다. 챌린지를 포기한 사람들은 또 늦게 잤다며 아침형 인간이 되기엔 글렀다고 체념했다. 이쯤 되면 나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아침은 챌린지 제목처럼 기적 그 자체일까?
아침형 인간이 되어도 불안함은 똑같다.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모의고사다, 수능이다, 갑자기 쏟아져 내리는 시험에 정신을 못 차리고 허우적거렸다. 뒷일을 모르고 하하호호 놀기 바빴던 친구들도 하나둘씩 공부에 매진했다. 누군가는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 있었다, 또 어떤 친구는 학원 숙제를 하다 보니 밤을 샜다며 하품을 했다. 그들은 서로를 토닥이며 고3의 '전우애'를 다졌다.
나는 그 사이에서 차마 밤 10시에 잠을 잤다고 할 수가 없었다. 갑자기 스스로가 태평하고 게으른 사람 같았다. 그 날 밤, 앞으로는 자정까지 공부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쌓아온 생활리듬이 갑자기 바뀌겠는가. 아직 밤 9시밖에 안 됐는데도 머리통에 불이 깜빡깜빡 꺼지기 시작했다. 꾸벅꾸벅 졸다 보면 밖에는 동이 트고 있었다.
이 과정을 몇 번 반복하고 나니 스스로에게 화가 났다. 생활리듬이 깨지자 아침에도 정신을 못 차렸고, 저녁에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 결국 오기 끝에 시험 전날, 처음으로 밤 새우기에 성공했다. 머리는 부자연스럽게 개운했지만 한 손에 교과서를 들고, 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마침 일어난 아빠에게 자랑을 했다. 사소한 것도 칭찬을 아끼지 않던 아빠가 처음으로 고개를 저었다. "깨어있을 때 열심히 하면 그걸로 충분해." 기껏 노력해서 밤을 새웠는데 칭찬을 받지 못하다니. 나는 입을 뚱 내밀고 학교에 갔다. 이런, 나는 졸음과 싸우다가 1교시 시험을 시원하게 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