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애 <마리끌레르 코리아> 피처 에디터
유선애 제공
-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이에 대한 사전 조사를 많이 하신 것 같아요.
"열심히 한다고 했어요. 어느 정도냐면 인터뷰이가 나왔던 모든 인터뷰, 방송이든 신문이든 잡지든... 모두 인터뷰는 다 봤고요. 뮤지션 같은 경우에는 그분이 했던 공연 음악 등에 대해서 숙지했죠. 배우의 경우에는 영화를 다 찾아봤고요. 저희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커리어적인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그분이 쓴 책, 그분이 타 매체에서 했던 이야기들을 다 수집했죠."
- 어려운 점도 있었을 거 같아요.
"어렵다기보다 좀 더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건 예지씨 인터뷰였어요. 예지씨 같은 경우에는 한국 매체와 짧은 인터뷰들을 한두 차례 하셨던 거 같긴 한데 긴 인터뷰나 뮤지션이 아닌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 매체에서는 한 적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미국에서 했던 그 인터뷰들도 많이 찾아봤어요. 그리고 또 예지씨가 한국에서 활동할 때 홍보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에게 기본적인 정보를 여쭤봤죠. 예지씨가 언제 미국에 갔는지, 예지씨가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공부를 했는지."
- 인터뷰 준비할 때 질문을 어느 정도 뽑나요?
"핵심 질문 같은 경우, 반드시 물어봐야 할 것들은 20개예요.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에서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현장에서 들으면서 보강해 나갔습니다."
- 처음엔 대면 인터뷰를 하고, 다음엔 서면이나 전화 인터뷰도 진행하신 듯한데요. 전화 인터뷰와 대면 인터뷰의 차이가 있을까요?
"아무래도 대화라는 건 단순히 음성의 전달로만 이뤄지지 않죠. 때로는 표정이나 손짓 눈빛, 이런 것들로도 그 사람이 어떤 말을 더 강조하고 싶은지 어떤 말을 더 잘 전하고 싶은지 알 수 있잖아요. 한편으론 이메일 인터뷰의 경우, 질문에 대해서 생각하고 정리해서 대답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거 같기도 하고요. 다 장단점이 있는 거 같아요."
- 인터뷰는 끝나고 정리하는 게 중요한데 힘들지 않으셨어요?
"맞아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잖아요. 사실 매체 인터뷰는 마감 기간이 정해져 있고, 이 마감을 지키지 못하면 사고인 거잖아요. 근데 단행본은 사고는 아니더라고요(웃음). 계속 제가 '됐다'고 생각할 때까지 인터뷰를 다듬었고, 글을 만질 수 있었어요.
또 인터뷰이 열 분이 저를 믿어 주신 거잖아요. 그걸 알기 때문에 함부로 대화를 편집하기가 어려운 거예요. 처음에 좀 겁도 나고요. 그래서 계속 신중하고 섬세하게 대화를 옮기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 때문에 조금 두렵기도 했고, 그래서 작업 기간이 생각보다 조금 오래 걸렸던 거 같아요."
- 책을 읽다 보니 밑줄 친 데가 있던데 왜 그렇게 한 건가요?
"사실 밑줄은 그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했어요. 저는 대화를 글로 옮기는 사람이잖아요. 옮기는 과정에서 말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옮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한편으로는 제가 이 인터뷰를 통해 그분의 말을 먼저 들었잖아요. 가장 먼저들은 사람으로서 와닿았던 말들이 있었어요.
아마 독자분들도 저마다 이 책을 읽으시면서 와 닿는 부분이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분의 말을 가장 처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저에게 마음에 와닿았던 말들을 밑줄 쳤던 것이죠. 그러니 반드시 저의 밑줄대로 읽으실 필요는 없어요.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문장들에 줄을 긋는 것처럼, 독자들이 각자의 밑줄을 만들어가면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 인터뷰하며 느끼는 게 있었을 것 같아요.
"느낀 점은 너무 많죠. 아무래도 책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조금 길었는데도 불구하고 열 분의 인터뷰이분들이 굉장히 너그럽게 기다려주시고 고생했다고 해주셨어요. 사실 제가 그분들에게 오히려 엄청난 위로와 힘을 받았어요. 매체에서 일하면서요 모든 인터뷰마다 열과 성을 다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부끄러울 때도 있었는데, 이번 인터뷰를 하면서는 최선의 힘을 냈던 것 같아요. 열 분의 인터뷰를 정말 잘 담기 위해서요.
저는 누군가의 말을 옮기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누군가의 말을 옮기는 일이라는 것에 대한 막중함을 느꼈고, 조심하게 일해야 하는 사람이구나 새삼 다시 깨달았어요. 인터뷰는 하면 할수록 점점 어렵지만, 내가 정신을 더 바짝 차려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인터뷰에서 어려운 건 뭘까요?
"인터뷰의 어려운 점은 너무나 많지요. 때로는 인터뷰이의 말을 본의 아니게 잘 못 전할 때도 있고요. 제가 오해해서 들을 때도 있고 하다못해 단어를 잘 못 알아들을 때도 있잖아요. 저의 사소한 실수가 말의 뉘앙스를 굉장히 크게 바꿀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은 주의해야 하는 일인 거죠. 그리고 질문을 할 때도 내가 원하는 답을 듣기 위해서 사람을 몰아가는 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 인터뷰집 중에서 인상 깊었던 얘기는 뭘까요?
"너무 많은데요(웃음). 꼭 한 부분 꼽자면, 패션모델 박서희씨의 인터뷰 내용인데요. 저의 처지와 조금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 인터뷰하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어요. 어떻게 보면 패션지가 여성의 아름다움의 전형 같은 것을 보여 주기도 하잖아요. 거기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서희씨를 만났어요.
서희씨가 했던 말 중에 이 말이 있어요. '내가 100% 옳지 않아도, 신념을 완벽하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더라도 가까이 가보려는 노력은 할 거예요'. 책에도 발문으로 나와 있는 문장인데요. 그게 마치 서희씨가 저에게 해주는 말인 거 같더라고요. 완벽한 사람이 아니지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 산업 안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힘을 받았어요. "
- 이 책으로 독자들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는 뭔가요?
"우리가 살면서 누군가를 비관하거나 미워하고 혐오하는 일을 너무 간편하고 쉬운 것 같아요. 제가 인터뷰한 열 분은 어렵지만 낙관하고,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사랑하는 것을 더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도 좀 더 서로를 사랑하고 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해 주세요.
"이 대화들이 많은 분께 가 닿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게 10명이 특별한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보면 이분들은 좀 특수한 사람이긴 하지만 이 사람들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게 시행착오를 거치고 있는 사람들이고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인 거예요. 그 과정 중에서 각자의 가치관이나 신념에 부합하는 일들을 매일의 삶에서 용기를 가지고 해나가는 사람들이고요. 중요한 건 우리가 지금 이 사회 안에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거예요.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그런 용기나 희망 같은 것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면 저는 너무 기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 - 자기 삶의 단독자로 선 90년대생 10명과의 대화
유선애 (지은이),
한겨레출판,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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