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서울 종로구 신문로2-12 구역. 이곳에서는 용적률을 법정 한도의 120%까지 높이는 도심 고밀개발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집값 폭등으로 비판을 받던 정부가 도심 역세권 용적률 확대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도심에 주택 공급을 확대해 집값을 잡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지만, 집값 안정을 가져오기는커녕 오히려 부동산 투기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버린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공언했습니다. 이어 정부는 하루 뒤 파격적인 용적률 확대안을 내놨습니다.
지난 19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보면,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지구단위계획으로 일반 주거지역의 용적률을 700%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도심 용적률을 파격적으로 늘려 도심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겁니다.
무슨 얘기냐고요? 일반적으로 주거지역 용적률은 최대 300%입니다. 100㎡의 땅이 있다고 하면, 이 땅에 짓는 건물의 연면적이 300㎡를 넘길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용적률 제한은 도시 생태계 균형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만약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주면 난개발이 일어나면서 교통과 일조권, 인프라 부족, 도시 경관 훼손 등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문제들이 쏟아집니다.
이렇게 도시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용적률을 역세권 주변 지역에 대해 최대 700%까지 늘려준다는 겁니다. 종전에 3층짜리 저층 건물만 지을 수 있었던 땅이 7층짜리 건물을 지을 금싸라기 땅으로 변하게 됩니다. 서울 지역 약 100여개 지하철역 주변이 고밀 개발 특혜를 받게 됩니다.
풀어버린 용적률 제한, 투기꾼들의 환호
누가 좋을까요? 서울 역세권에 땅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지금 춤판을 벌이고 있을 겁니다. 더 많은 건물을 지어 팔 수 있게 되니 앉아서 돈이 굴러들어온 격입니다. 불로소득이란 말은 이런 때 쓰는 겁니다.
정부가 용적률 완화로 추가 공급되는 주택의 일부를 기부채납으로 환수하더라도 기존 용적률을 적용해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남는 장사입니다. 용적률 완화는 부동산시장에선 상상도 하지 못했던 '개발 호재'입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계획이 확정되면 일단 역세권 주변 땅값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강북아파트 밀집 지역도 사업성 향상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아파트 가격을 자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미 부동산 투기꾼들은 움직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정부가 파격적 특혜를 내건 공공재개발 정책을 발표한 뒤부터 서울 지역 다세대·빌라 주택 가격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째 상승하고 있습니다. 공공재개발 사업을 발표하기 전에는 상승과 하락을 오갔지만, 지난해 6월부터는 줄곧 올랐습니다. 서울 지역 빌라·다세대 주택의 매매가지수는 지난해 6월 0.06% 상승했고 12월에는 0.19%로 상승폭이 더 커졌습니다.
이제 정부의 '용적률 특혜' 계획까지 확정됐으니, 역세권 인근 빌라·다세대 주택 상승세는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집값을 밀어 올리는 형국이 됐습니다. 주택 투기판을 조장하면서 "투기를 잡겠다"는 공허한 말만 반복되고 있습니다.
주택공급과 동시에 올랐던 집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