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양경수 신임 위원장
이희훈
-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긴 민주노총', '부정선거 의혹 논란' 등의 보도가 있었다.
"선거 과정에서 조선일보를 필두로 민주노총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공격이 있었다. 하지만 조합원들에게 큰 반향은 없었다. 기분은 나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 하지만 코로나 때 집회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투쟁을 주도한다는 이유 등으로 민주노총을 향한 청년들의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기사에 달린 댓글만 봐도 의식차가 확연하다.
"청년들의 분노,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한다. 청년세대가 갖는 고용절벽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표현된 것으로 본다. 다만 청년들에게 정확하게 알리고 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년세대의 고용절벽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이 양질의 일자리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당장 현대기아차만 해도 귀족노조라고 지적받을 정도로 좋은 일자리다. 그런데 앞으로 4~5년 간 2만여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정년퇴직을 하는데 제조분야에서의 신규채용 계획은 없다. 무슨 뜻일까?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청년들의 분노는 이런 지점으로 향해야 한다고 본다. 청년세대 고용문제를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말하고 그들의 분노를 표현할 공간을 마련할 생각이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청년들을 설득할 계획인가.
"우선은 민주노총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 방송국을 만들 계획이다. 민주노총 방송에는 2030세대를 위한 채널도 포함될 거다. 민주노총 내부적으로는 방송국에 청년들을 채용해 배치하고, 민주노총 간부들 역시 청년들로 채울 생각이다. 청년세대들에 대한 조직사업 역시 청년들에게 맡길 생각이다. 4050세대가 청년들을 조직화하는 건 어렵다. 2030세대가 직접 하는 게 수월하다. 2030 간부들에게 청년세대 조직사업 예산과 권한을 주면 많은 게 달라질 거라고 본다.
또 학교 현장에서 노동인권 교육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독일은 초등학교 때부터 모의 교섭 수업을 하는데, 우리는 노동자임에도 노동법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이러한 현실을 바꿔나갈 생각이다."
- 더 나아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 등을 구체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심한 말로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사장은 왕이다.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잘 모르고 있다는 거다. 1년에 연차가 3일뿐인 사업장이 상당수다. 이런 문제가 밖으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부분을 알리면서 바꾸겠다. 중대재해법이 여기까지 온 것도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이, 이천 화재참사가 국민적 공분 불러일으켜서 아닌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천대받고 열악한지 알게 되면 달라질 거라고 본다."
- 민주노총의 25년, 위원장들이 끝까지 임기를 채우는 경우가 드물었다. 직선 위원장의 경우 단 한 명도 끝까지 임기를 지키지 못했다. 3년 후 어떤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나?
"투쟁을 잘해서 이기면 임기 중간에 그만둘 일이 없을 거다. 박근혜 정권 당시 민중총궐기를 이끈 한상균 위원장이 구속된 건 박근혜 정권을 바로 끌어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합원의 대의를 믿고 따르다 보면 잘 마무리 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다만 과정에서 투쟁 열심히 하다가 구속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갖는 책임이자 한국사회 한계라고 본다. 두렵지 않다.
그럼에도 (임기가 종료되는) 3년 후에는 민주노총을 통해 한국사회의 방향전환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노동자들 삶도 자꾸만 어려워지는데 개선되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자꾸 언론에서 나에 대해 '뻘건 사람', '투쟁만 외친다'고 하는데 난 꽉 막히지 않았다. 다만 욕은 많이 먹을 생각이다. 새로운 시도를 하다 보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 여러 시도를 통해 변화를 이끌고 싶다. 터닝포인트를 만드는 위원장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