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며, 검찰은 검사들로 이루어진 국가조직이다. 법률은 검사에게 사법정의의 실현을 위해 범죄 수사와 기소, 재판과 형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아울러 '공익의 대표자'로서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권한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검찰청법 제4조(검사의 직무)를 보면, 대한민국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6-②)검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주어진 권한을 남용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공익의 대표자'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피의자나 피해자가 누구인지에 구애받지 않고 오직 공익적 관점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법에 적힌 규정과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시민의 권리와 자유,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라기보다는 오로지 정치권력의 잇속만을 챙기는 검찰, 살아있는 권력의 의지만을 좇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서 골몰하는 검찰, 일종의 정치계급이 돼 자신들의 무소불위의 특권을 향유하는 데 여념이 없는 검찰 등이야말로 바로 대한민국 검찰의 자화상이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검찰이 보여준 역사였다.
"검찰이 여전히 법에 의한 통제와 국민 감시의 대상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국가 권력이 괴물로 변할 경우 그 첨병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이 검찰입니다"(김두식, '헌법의 풍경', 교양인, 2004, 205쪽)라는 우려를 입증해 온 것이다. 민주화의 물결 속에서 과거 권위주의 독재 시절 권력의 중추였던 '남산'과 '보안사'가 퇴장하자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 바로 검찰이었다. 이후 검찰은 국가권력의 첨병을 넘어 스스로를 국가권력 그 자체라고 믿으며 괴물이 돼버렸다.
잘 알다시피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일부 집단을 두고 흔히 관용적으로 'OO공화국'으로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불리는 대표적인 집단으로 삼성과 검찰을 꼽을 수 있다.
"이 나라의 최대 암적 존재는 검찰이었다. … 권력에 굴종하다가 약해지면 물어뜯었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개탄(<김대중 자서전 2>, 삼인출판사, 2010)에 해당되지 않는 검사들을 제외하고는, 아마 지금도 이렇게 믿고 있을 듯하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삼성은 영원하다.'
'대한민국은 검찰공화국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검찰은 영원하다.'
'대한민국은 삼성공화국이자 검찰공화국이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삼성과 검찰은 영원하다.'
그것은 '삼성X파일'로 부상한 '개혁의 적기'를 발로 차버린 결과였다.
대한민국 대검찰청 사이트에는 검찰 CI(Corporate Identity)와 스스로에 대한 설명이 이렇게 올라와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온갖 좋은 말, 좋은 가치들을 모아놨다.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직선을 병렬 배치하여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상단의 곡선으로 천칭저울의 받침 부분을, 중앙의 직선으로 칼을 형상화하여 균형있고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표현하였습니다. 주색조인 청색은 합리성과 이성을 상징. 좌측으로부터 각 직선은 공정, 진실, 정의, 인권, 청렴을 상징합니다. 중앙에 칼의 형상인 정의가, 그 좌우에 각각 진실과 인권이, 다시 그 좌우에 공정성과 청렴이 있는 형태입니다."
삼성X파일 사건이 증명하듯이, 검찰이 오랫동안 보여준 실제의 행태는 위의 설명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이런 내용으로 바꾸는 것이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진실에 부합하지 않을까 싶다.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직선을 병렬 배치했지만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담는 데 실패했습니다. 상단의 곡선으로 천칭저울의 받침 부분을, 중앙의 직선으로 칼을 형상화하여 균형있고 공평한 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표현했지만 현실에서는 실패하였습니다. 결국 주색조인 청색은 불합리성과 반이성을 상징. 좌측으로부터 각 직선은 불공정, 거짓, 부정의, 반인권, 부패를 상징합니다. 중앙에 칼의 형상인 부정의가, 그 좌우에 각각 거짓과 반인권이, 다시 그 좌우에 불공정성과 부패가 있는 형태입니다.'
사법부는 민주주의·법치주의의 마지막 보루? 지금 그렇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