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7일 오후 평소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 골목길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권우성
그야말로 잔인한 12월이다. 연말 특수를 기대하던 자영업자와 영세상인들은 휘청거리고 있다. 전국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실시되면서 정부 추산 약 203만 개의 업체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심지어 수도권은 2주 동안의 거리두기 2단계를 거쳐, 3주 동안의 거리두기 2.5단계를 맞이하게 됐다. 피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누적되고 있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두 가지 불만이 터져 나온다. 먼저 규제의 형평성 논란이다. '카페'는 매장 이용이 안 되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 음료를 먹는 것은 가능하다. 오후 9시 이후 식당 영업은 금지 되지만, 정작 오후 6시~9시에 영업하는 식당에서는 술을 마시며 붙어 앉아 대화를 나눠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마스크 쓰고 이용하는 헬스장과 학원은 영업이 중단됐는데, 종교시설은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기준'이 불명확한 게 자영업자들을 더욱 분통 터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일례로 PC방은 '개편된 거리두기' 실시 전인 지난 8월에는 2단계부터 운영이 중단됐지만, 그보다 강력한 규제인 현행 거리두기 체계의 2.5단계는 운영 중단 대상이 아니다.
또 다른 불만은 명확한 정부의 지원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거리두기 조치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에 초점을 맞춘 3차 재난지원금을 설날 전 지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어느 정도의 금액을 받을 수 있을지, 혹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부터 막연한 상황이다.
호주는 자영업자에게 2천만원 일시불 지급, 임대료도 면제?
이런 가운데 7일 '한국은 늘 주둥이로만 수습하는 나라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글이 SNS를 뜨겁게 달궜다. 호주의 자영업 지원 대책을 설명하며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었다. 글쓴이는 "(호주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종업원 해고 금지 조건을 붙여 모든 매장주에게 현금 2천만원을 쏘고, 회계 마감 텍스 리턴에서 전년 대비 올해 매출 차감 금액을 보전해줬다"라며 "그러니 그들의 생계가 위축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어 "정부는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유권해석을 명확히 언론에 발표했다. 지금은 임대차 계약상의 '불가항력'에 해당되는 기간이다. 마이너스가 날 시에는 영업주는 굳이 렌트비를 안 내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며 호주의 자영업자들이 임대료를 면제받고 있다고 썼다.
그는 은행 이자에 관해서는 '앞으로 6개월간의 이자 청구를 삭제했다. 원금 상환은 향후 6개월 동안 딜레이 되며...'라는 내용을 담은 ANZ 뱅크의 공지문을 언급하며 "다음날 다른 모든 시중은행들도 그들을 따라 행동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주둥이로 팬데믹에 대처하는가? '위험하오니 자리에 그대로 앉아 계십시오' 외치던 세월호 선장과 다를 바가 있는가"라고 주장했다.
이 글은 페이스북에서만 공유가 800회가 넘었고,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에도 퍼져나갔다. 글을 공유하는 누리꾼들은 '한국 정부는 뭐하냐'면서 분개하거나, 호주의 지원책을 부러워했다.
부정확한 사실 투성... 호주의 자영업 지원 정책 왜곡하거나 과장
그러나 확인 결과 이 글은 사실과 거리가 먼 내용이 다수였다. 호주가 자영업자를 위한 코로나 지원책이 많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 글은 호주의 자영업 대책을 과장하거나 왜곡해서 전하고 있었다.
먼저 '팬데믹이 시작되자마자 2천만 원 지급'은 사실이 아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따로 있다. 3월 이후 매출이 30% 이하로 감소한 경우, 호주 정부는 지난 5월부터 6개월동안 고용유지를 전제로 사업주에게 1명당 2주에 1500달러(120만 원)씩 지급했다.
여타 지원 대책들도 많지만 기본소득처럼 일시에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지원 대책에 따라 현금을 지급받는 상황이다. 또한 텍스 리턴(한국의 연말정산)을 통해 자영업자의 매출 차감 금액을 보전해주는 대책은 실시한 적이 없다. 다만 '연금 조기 환급'을 손쉽게 해준 것이 (최대 1만 달러) 코로나 대책 중 하나이긴 했다.
임대료가 면제된다는 것도 '거짓'이다. 호주 정부는 지난 4월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적용되는 '의무행동규칙'(Mandatory Code of Conduct)를 발표했다. 이는 의무적인 '행동 강령'으로서, 임대인은 코로나로 인한 영업피해에 비례해 임대료를 면제하거나 유예해야 한다.
만약 전년 대비 이달 50% 손해가 났다면, 최소 25%는 면제해줘야 한다. 나머지 25%는 유예된다. 한국에 비하면 정말 혁신적인 안이지만, 유예된 돈은 계약 기간 내에는 결과적으로 갚아야 할 돈이므로, 임차인의 부담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또한 해당 글은 호주 은행이 코로나 시기에 '은행 이자' 부담을 없앴다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으나, 실제로는 이자의 청구가 미뤄진 것일 뿐이었다. ANZ 뱅크 등 4대 호주 은행 등은 소상공인 대출이나 주택대출에서 6개월동안 이자와 원금의 상환을 유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의 분노한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