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A 5층 사진자료실에서 본 한국현대사 사진. 1945. 9. 9. 미군 진주군이 조선총독부 광장 국기 게양대에 일장기를 끌어내린 다음 미군들이 일제히 경례를 하는 가운데 미 성조기를 게양하고 있다. 이 장면으로 볼 때, 한국은 주인만 바뀐 꼴로 나는 몹시 충격을 받았다.
NARA
한국전쟁 사진자료를 수집하다
NARA 5층은 사진자료실이었다. 영문에 능통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사진은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아 먼저 거기로 들어갔다. 나는 숱한 자료 가운데 'Korean War' 파일을 찾았다. 9개의 파일에는 수천 장의 사진이 소장된 바, 복사물의 번호를 적어 신청하자 직원이 원본 사진을 꺼내주면서 반드시 장갑을 낀 채 만지라고 했다.
그 사진들을 한장 한장 넘기자 갑자기 타임머신을 타고 1950년 그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B-29 폭격기의 융단폭격 장면, 치열한 시가지 전투, 전쟁고아들의 모습, 인민군 포로, 전차와 대포들이 불을 뿜는 장면, 군부대를 찾은 위문대들의 모습….
그리고 해방 직후 미군이 진주하는 날 조선총독부 광장에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게양되는 장면 등, 그 모두 복사(현상)해 가고 싶었다. 하지만 복사비가 비싸고(한 장당 90센트) 그럴 시간도 없어 그날은 우선 조선총독부 광장에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게양되는 장면 등 네 장만 현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