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유은혜 사회부총리 등 정부 부처 장관들이 지난 9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개회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는 모습.
공동취재사진
왜 '장관학'(The Ministerial Studies)은 없을까?
세상이 바뀌어서 그런지 대통령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 같다.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고 다녔던 우리 또래들 중엔 서슬 퍼런 유신시절에도 장래희망란에 '대통령'이라고 당당히 적었던 철부지들이 제법 있었다. 시골 통영에서 부산으로 유학을 갔던 중3 소년이 하숙집 책상 위에다 '미래의 대통령 김영삼'이라는 글귀를 적고 일로매진해 결국 이 나라의 14대 대통령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에게 대통령에 대한 포부는 결과적으로는 허세였지만 스스로는 호연지기라고 믿었다.
이제 모든 초·중·고 학생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문화·예술·스포츠 전문가나 교육 전문가 쪽 직군이 됐다. 민주화가 이뤄지면서 이 나라의 국민들은 무소불위의 권력과 권한을 행사할 것으로 생각했던 대통령의 직위는 생각보다 고되고, 퇴직 이후의 삶을 보면서 보통 사람들보다 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그렇지만 국가원수이자 정부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코로나19 상황과 국격을 무너트린 트럼프 대통령을 보면서 절감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대통령의 리더십과 자질을 꼼꼼하게 밝힌 책과 논문, 즉 '대통령학'(Presidential Studies)은 차고 넘친다. 대개의 줄거리는 성공한 대통령과 실패한 대통령을 판별하고, 탁월한 업적을 남겨 존경받는 대통령의 공통된 리더십과 자질을 찾아내 설명하는 것이다.
궁금한 점은 나라 발전을 위해 성공한 대통령과 좋은 시민(good citizens)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그렇게 많은데, 왜 정부와 내각의 주축인 장관의 리더십에 대한 이론적 연구나 시민사회의 공론화는 찾아보기 어렵냐는 것이다.
지금까지 언론과 학계에서 다룬 '장관론'의 십중팔구는 서울대와 SKY 대학의 비중이 몇 퍼센트고, 영남과 호남의 비중이 얼마인지 등 능력과 무관한 출신 배경이 관심의 초점이었다. 역대 장관 중 누가 최고였는지를 조사한 과거 한 언론의 조사결과는 코미디에 가깝다. 왜냐하면 소수의 평가자(10명의 행정학 교수)와 대상(김영삼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까지 경제장관) 대부분이 특정 대학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연말과 연시를 앞두고 개각설이 나돈다. 유능한 장관은 성공한 정부와 대통령을 위한 필수요소다. 임명권자와 하마평에 오른 대상자들 그리고 논두렁의 기라도 받아 장관이 되기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평소에 생각해둔 '장관의 자격'을 제안하고 싶다. 물론, 여기에는 '참신하고 도덕적이며, 유능한' 같은 너무 당연해서 분별력이 없는 이야기들은 빠져 있다.
'대한민국 장관'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제언: 장관의 자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