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이 어린 시절똘이 어린 시절
이현우
그러던 어느날 강렬한 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책을 구매했다.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읽는 내내 나는 괴로웠다. 내가 동물의 고통에 가담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나는 보다 적극적으로 현실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동물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고 동물권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개만 특별한 동물이라는 생각은 어느새 사라졌다. 차곡차곡 내 가슴에 수많은 동물의 희노애락과 죽음의 장면들이 함께 쌓여갔다.
동물의 기쁨과 행복을 보며 미소 짓기도 했지만 인간의 동물학대와 동물 착취로 인한 고통이 나를 압도했다. 그들의 삶은 가혹했고 참혹했다. 자주 눈물을 흘렸지만 돌아서면 또 고기를 먹었다. 나름 노력했다. 일말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해 동물복지농장 고기를 사 먹는 식이었다. 하지만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채식을 결단하다
나는 의지박약한 인간이라 여러 핑계로 채식을 포기할 위기가 많았다. 그러나 두 가지 결정적인 사건을 겪으며 채식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첫 번째는 똘이의 죽음이다. 우리 집 막내 똘이가 개장수에게 팔려 갔다. 참혹한 사건이 나의 채식을 지속하게 하는 가장 결정적인 동력이 되었다. 두 번째는 길고양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이다. 의식하지 않았었던 생명체의 생존과 삶을 찬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한 번의 이별과 한 번의 만남이 내 인생을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