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냉 지도베냉은 서아프리카의 민주주의 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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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냉은 서아프리카의 국가로, 빈국이지만 상대적으로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 동족을 노예로 팔아넘긴 노예사냥꾼들의 후손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고, 노예사냥을 당했던 내륙 지역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현재진행형의 비극을 안고 있다. 부두교의 발상지. 한반도보다 넓고 인구는 스위스보다 많은데도 나는 이 나라에 대해 아는 게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일단 'Benin'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조차 모르겠다.
몇십 년 전에 서구로 유학 갔던 분의 사연이 떠올랐다. 언어 수업을 들을 때 나라 이름 100개 있는 표를 암기하라는 숙제를 받았는데, 그중에 한국이 없어서 서러웠다고 한다. 한국은 주요 국가 100개 중에 들어가지도 않는 나라였던 것이다. 이 베냉 학생도 그런 기분이겠지 싶어 제대로 표기법을 찾아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프랑스의 식민지였고 여전히 프랑스어가 공용어이기 때문에 'Benin'은 표준 프랑스어식으로 발음하면 '베낭'에 가깝다. 'in'은 입꼬리를 넓게 벌리고 '앙'하며 콧소리를 내는 발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한국어로는 '베냉'이라고 쓸까? 프랑스 발음 표기법을 찾아보았다.
충격과 공포의 프랑스 발음 표기법
1958년 '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에서는 'Paris'를 빠리, 'vacances'를 바깡스, 'coupon'을 꾸뽕으로 적는 등 프랑스어의 파열음을 된소리로 표현하고 있으나 1986년 된소리를 쓰지 않는 '외래어표기법'이 고시되어 현재까지 유효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1986년도판 프랑스어 표기의 세칙은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 투성이었다.
숫자 1, 2, 3(un, deux, trois)은 표기법에 따르면 현재 '욍, 되, 트루아'지만, 실제 파리 지역 발음은 '앙, 드, 트화'에 가깝다. '앙'소리 나는 1을 '욍'이라고 적다니! 또한 앵발리드(Invalides)는 앙발리드, 코랑탱(Corentin)은 꼬헝땅에 가깝다.
'마르세유, 베르사유, 몽트뢰유'로 표기하고 있는 Marseille, Versailles, Montreuil를 한국어로 받아적으면 각각 '마흐쎄이, 베흐싸이, 몽트회이'에 가깝다. 자음은 관행대로 적는다 해도, '마르세이, 베르사이, 몽트레이'가 된다. 어떤 경우든 '유'는 절대 아니다!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하자면 파리 중심의 프랑스 북부의 발음이 빠르게 변해왔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봐줄 수 있다.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는 국제음성기호에 가깝게 발음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파리 지역의 현재 발음을 음역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1958년 표기법을 28년만인 1986년에 개정했으면, 1986년으로부터 2020년까지 34년이 흘렀는데 이제 재개정할 때도 되었다고 본다. 아무튼, 현재 외국어표기법으로는 'Benin'은 '베냉'이다. 파리식 발음으로는 '베낭'이다.
내 멋대로 쓴다, 구글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