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사유리가 11월 17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 비혼자인 그는 일본에서 정자 기증을 받아 지난 4일 아기를 출산했다.
사유리 인스타그램 갈무리
모든 아이들은 축복받아 마땅하다. 어떤 가족 안에서든. 최근 태어난 방송인 사유리(후지타 사유리)의 아들도, 그와 함께 행복하지만 험난할 여정을 시작한 사유리도 축복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을 축하하고 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새생명을 환대하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병)은 "사유리씨가 자발적인 비혼모가 된 것을 축하드리고, 아이를 축복한다"며 "아이가 자랄 대한민국이 그 아이에게 더 열린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서울 송파을)은 인스타그램에 사유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려 축하했다. '사유리는 미혼모인가요? 유부녀인가요?'라는 댓글에 배 의원은 "아가를 축복해달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가족'을 제도 안으로 품지 못하는 데에도 여야는 따로 없었다.
사유리가 던진 질문
사유리는 아이를 원했다. 아이'만'을 원했다. 하지만 그조차 "아무리 생각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급하게 찾아서 결혼하는 게 어려웠다"(KBS 인터뷰 중에서)고 할 정도로 '결혼 → 임신 → 출산'이 아닌 다른 길은 쉽사리 떠올리지 못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하다.
한국의 법도 마찬가지다. 생명윤리법은 시험관 시술 등 체외수정을 받는 대상을 결혼한 여성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비혼 여성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다. 사유리도 일본에서 시술을 받았다. 이 모든 과정을 견뎌낸 그는 지금 한국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비혼 여성에게도 출산 기회를 달라'는 것 이상이다. 사유리는 '가족이란 무엇이냐'고 묻고 있다.
돌이켜보면 제법 오래된 질문이다. 결혼·가족을 정의하는 시대의 기후는 시나브로 달라져왔다.
방송인 허수경씨는 이미 2008년 사유리와 똑같은 방식으로 가족을 꾸렸다. 2013년 동성커플인 영화감독 김조광수씨와 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씨는 청계광장에서 공개결혼식을 올렸다. 지난해 큰 인기를 끈 책 중 하나는 비혼자들의 동거 이야기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였다.
통계청 '2020년 사회조사'를 봐도,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는 응답자는 전체 59.7%에 달했다. 1년 전보다 3.3%p 높아진 결과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답변 비율도 2012년(22.4%) 이후 꾸준히 늘어나 30.7%까지 왔다. 반면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고 보는 사람은 68.0%로 2년 전보다 1.6%p 감소했다. 그럼에도 현행 법은 여전히 '가족은 남자와 여성이 만나 아이를 낳고...' 식의 대답만 내놓고 있다.
다양한 '동반자 관계'를 법으로 존중하는 생활동반자법이 한때 새로운 답변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제(PACs)를 참고한 제도다. 2014년 진선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도 준비했다. 변호사 시절 호주제 폐지 운동에 참여하며 1998년부터 남편과 '동거인'으로 지낸 의원 본인의 경험에서 나온 법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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