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9일 게시한 전당원 투표 공지.
더불어민주당
이렇게 단 몇 시간 만에 개정될 위기에 처한 민주당 당헌 96조 2항, 소위 '무공천 당헌'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의 전신) 당 대표였던 지난 2015년 7월 당 혁신위원회가 혁신안으로 내놓은 내용이다.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고만 돼있던 기존 당헌을 '추천하지 아니한다'는 강제 조항으로 바꾼 것이었다. 이번 서울·부산 보궐선거는 무공천 당헌이 적용될 수 있는 첫 번째 주요 선거였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 지난 7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성폭력 사건으로 시장 자리를 비운 이후 이 무공천 당헌을 지키겠다는 아주 당연한 언약도 하지 않은 채 이리저리 피해왔다. 윤호중 전 사무총장은 오거돈 전 시장이 사퇴한 4월 23일 후보 공천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부산 시민들께 반성하고 자숙할 시간을 가져야지, 지금은 재보궐 선거를 논의할 계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민주당은 계속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7월 9일 박원순 전 시장 사망 이후 송갑석 전 대변인이 "지금은 아직 다음 선거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7월 15일)고 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일부 민주당 의원 중에는 무공천 당헌의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에 성폭력 사건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주장까지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이낙연 대표가 "서울과 부산은 저희 당 소속 시장의 잘못으로 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됐다. 당헌에 따르면, 그 두 곳의 시장 보궐선거에 저희 당은 후보를 내기 어렵다"고 못박은 건 그나마 다행스럽다. 또 이 대표가 "특히 피해 여성께 마음을 다해 사과 드린다"라고 한 것도 성인지 감수성 부족으로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던 과거 이해찬 지도부 때와 비교하면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정당의 당헌은 국가로 치면 헌법에 해당한다. 자신들이 혁신안이라며 만든 당헌마저 한 번도 안 지키고 폐기처분 하는 정치 집단을 시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까. 민주당에서 원칙을 강조하며 당헌대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이는 부산 친문 전재수 의원(부산 북강서갑)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도다. 그나마도 이재명 지사는 친문 극렬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면서 이틀 만에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기까지 했다(7월 22일).
총선 전 비례위성정당 논란 때도 전당원 투표로 말 바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