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월에 서서"41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이 16일 부산대학교 넉넉한터에서 열리고 있다.
김보성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마민주항쟁은 1979년 박정희 유신정부의 폭거에 항거한 반독재·민주화 운동입니다. 10월 16일은 부마민주항쟁 41주년이자 두 번째 국가기념일입니다. 이날 의미있는 행사가 부산대학교에서 열렸습니다. 그러나 지역의 거대 양당 정치권에서는 민감한 그 이름인 '박정희'를 아무도 말하지 않습니다.
41주년이 돌아왔으나, 아직도 어려운 이름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부마항쟁 41주년 기념식을 맞아 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포함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어디 내용을 한번 볼까요?
"항쟁의 정신을 계승한 정당으로 불의에 항거하고, 민주주의 정신을 더욱 공고히 해나겠다",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한 역사적 항쟁임에도 가치에 대한 평가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분명히 일리있는 지적이자 다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대목은 눈을 씻고 봐도 보기가 어렵습니다. 부마항쟁에서 계엄령을 선포하고 군대를 투입, 1500여 명을 연행·탄압했던 그 분의 이름 말입니다. 18년에 달하는 장기집권, '유신독재'에 대한 평가, 이에 항거한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신 말합니다. 그 이름은 바로 '박정희' 대통령입니다.
부마항쟁 기념식 날 '박정희'라는 단어를 어려워하는 정당은 또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성명에도 지난해 국가기념일 지정, 문재인 대통령 참석이 부마항쟁의 역사적 위상을 높였다고 평가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유신독재' 표현은 있지만, 전문 어디에도 '박정희'는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정세균 국무총리의 기념사는 어떨까요? 정 총리는 처음으로 이날 민간이 조성한 부산대 부마민주항쟁탑을 찾아 헌화·참배했습니다. 이후 기념식에 참여한 그는 기념사에서도 부마항쟁의 역사성을 강조했습니다. "부마항쟁이 유신독재를 쓰러뜨리는 도화선이 됐다". 그렇지만 정 총리의 기념사 역시 '박정희' 대통령 이름을 담진 못했습니다.
이는 부마항쟁이 발생한 지역임에도 정치적으로 여전히 보수 텃밭인 부산의 지역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탄핵 정국을 거치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크게 달라진 것 같지만, 이번 총선 결과는 부산의 여전한 기반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국민의힘은 그렇다 쳐도 민주당은 도대체 왜,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걸까요? 직접 물었습니다. "유신독재의 핵심인 박정희 대통령을 말하고 싶어도 이를 지적하는 모양새로는 지역에서 기념사업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있다. 같이 가려면 어쩔 수 없다." 민주당 관계자의 말입니다. 어려움이 있다는 것인데, 결국 지역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실리를 택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