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은 그곳의 박스들을 하나하나 펴서 납작하게 만들었다. 박스를 봉합하는 테이프도 일일이 분리해서 따로 두었다.
서은정
그리고 며칠 뒤 뉴스에서 경비원들의 업무 고충에 대한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또 가슴이 철렁했다. 그들은 경비, 보안 업무가 주가 되어야 하는데 쓰레기 분리수거 등 다른 업무에 치여서 휴게시간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거였다.
'나는 박스 하나를 버렸다고 해도, 여기 아파트가 몇 세대인데... 다들 이렇게 버리면 이거 어마어마하겠구나. 안 그래도 코로나 시국에 택배 배송도 많을 텐데...'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마스크를 쓴 채 웅크리고 앉아 박스를 분리하고 계신 경비원을 보고 있자니 보는 내가 숨이 턱턱 막혔다. 그의 수고로움을 목격한 순간 아들에게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비가 오고 난 다음날이면 아파트 앞 보도블록 틈새는 잡초들로 수두룩하다. 긴 장마로 무성해진 잡초를 미화원들이 웅크리고 앉아서 제거한다.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쓰고, 장갑을 낀 손에 뾰족한 꼬챙이 같은 것을 들고. 뿌리 깊게 박힌 잡초를 뽑으려면 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스티로폼을 쪼개서 만든 엉덩이 받침대는 필수다.
아마 지나가다 미화원이 이렇게 일하고 있는 모습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잡초가 언제 어떻게 뽑혔는지 인식도 못 할 거다. 아니, 보도블록 틈새로 잡초가 삐져나와 있었다는 사실조차 알 수 없었을 거다. 관심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분명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우리는 깨끗한 보도블록을 매일 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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