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논란'은 2012년 영국에서도 있었다. 당시 트레이시 브라빈(Tracy Brabin) 의원이 옷을 양쪽 어깨에 걸치는 원피스를 입었다가 발언 도중 몸을 기울이면서 오른쪽 어깨가 노출된 것. '술집여자'라는 등 비난이 쏟아졌으나, 브라빈은 "내가 '술에 취했다'거나 '모유 수유'를 하려는 게 아니었단 건 확인해줄 수 있다"며 이 원피스를 팔아 수익금을 여성단체에 기부하는 등 여유있게 맞대응했다.
Tracy Brabin twitter
브라빈은 여유 있게 대응했다. 그는 트위터에 "일일이 답해줄 시간은 없다"면서도 "내가 '술에 취했다'거나, '모유 수유'를 하려는 게 아니었다는 건 확인해줄 수 있다"라고 썼다. 그는 "사람들이 어깨 하나에 이렇게나 감정적이 될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적었고, "왜 유독 여성(의원)의 외형만 '평가의 대상'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틀 뒤 해당 원피스를 경매에 부친 뒤 수익금 전액(약 3100만 원)을 여성단체에 기부해 다시 화제가 됐다.
복장 때문에 벌금을 낸 남성 의원도 있다. 2017년 라 프랑스 앵수미즈(LFI :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소속 프랑수아 뤼팽(François Ruffin) 의원은 본인 지역구 축구팀 유니폼을 입고 본회의장에서 연설했다. 축구 이적료 과세문제에 대한 토론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랑스 하원에선 통상 정장을 입어왔기에, 하원은 관습을 어겼다며 뤼팽에게 지급되는 세비에서 벌금조로 약 180만 원(1378유로)을 삭감했다. 프랑스는 이를 계기로 2018년 '중립적이어야 하며, 종교적·상업적이어선 안 된다'는 등 지침을 만들었다.
종교적·상업적 복장 금지한 해외국가들
국회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재킷을 반드시 입으라'는 등 규정을 정해놓은 영국 의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에 명문화된 복장 규정을 구체화해 두지는 않았다.
보고서는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예외적 복장'으로 등원했을 때마다 의원 복장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여러 의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복장 관련 인식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영국·프랑스·독일 의회는 공통으로 '종교적 상징·상업적 광고·정치적 견해'를 포함한 슬로건이나 복장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는 의원은 발언과 토론을 통해서 의견을 표현해야지, 복장을 그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한국 국회의 경우에도 국회 품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의원 복장이 어떤 복장인지를 명확히 하는 '최소주의적 규정'을 마련해, 국회의 의정활동에서 본질적 문제가 아닌 불필요한 논란을 차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즉, 국회의원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신발을 신는지 등 의원의 복장이 의정활동의 본질을 흐리게 해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의원은 말로만 일해야 할까? 특정 계층 이해를 대변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내는 데에 복장을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되는 걸까?
"양복과 넥타이는 50대 중년 남성의 대표적 이미지다. 그걸로만 상징되는 국회 관행을 깨고 싶었다. 국회의 권위는 양복이 세우는 게 아니라, 시민을 위해 일할 때 세워지는 것이다."
류호정 의원은 논란이 된 옷을 입은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이어진 논란에 대해서도 "국회는 내 일터다. 성희롱적 시선 등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일을 저 또한 겪고 있다고 본다"며 이를 여성혐오·청년혐오로 규정했다(
관련기사 보기). 발언이 아닌 복장으로 메시지를 낸 것이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3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류 의원 원피스는 특별한 복장도 아니었다. 다만 국회가 그간 남성 주류인 공간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불필요한 논란이었다고 본다"며 "의원의 복장 규정이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회가 복장과 관련한 허용의 폭을 더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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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호정의 원피스, 프랑스엔 축구복, 미국엔 민소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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