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유도선유도 초입 신시도에서 썰물에 들어난 갯벌 사이 바지락과 굴을따는 가족과 관광객, 멀리 보이는 서해 하늘이 날개를 폈다.
이복희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과 흘러온 역사의 증언들, 삶으로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을 남기고 전하는 작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내가 알고 살아온 것보다 더 깊고 넓고 애틋한 역사적 사연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솔직히 부끄러웠고 창피했다.
죽기 전에 다리가 움직이고 무릎이 괜찮다고 할 때 돌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다. 일곱 살부터 살아 온 군산을 좀 더 넓고 크게 담아내기 위해 여행하듯 떠나야 할 것 같았다. 더 늦기 전에, 시간여행부터 시작이다.
내가 살아왔고 살아가야 할 지역에 대한 기본 도리의 애향심이지 않을까 해서다. 그리고 군산을 알리고 싶었다. 애향심은 아는 만큼 커지는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이 다인 것처럼 큰소리 치지 않고 겸허하게 역사 속으로 스며들 듯 겸손해지라고 세 아이들에게도 <군산> 책을 전했다.
작은 도시의 큰 역사를 너무도 쉽고 자연스럽게 사람 사는 이야기처럼, 사랑방에 모인 아낙네들의 도란도란 속삭임처럼 들려주는 군산 이야기는 손끝에서 빠져나갈 줄 모르고 단숨에 읽어 내게 하는 마력을 지녔다.
아프고 슬픈 역사, 땅과 산과 물의 변천사를 배작가는 발품 팔아 만나면서 산 증인들의 생생한 체험을 듣고 나누며 쓴 책, 역사가들의 기록을 참고삼아 과거를 현재로 끌어낸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슴에 따뜻함이 충만하게 남는 참으로 멋진 군산이야기였다.
"군산의 시간은 꿈틀거린다. 근대가 남긴 이 도시의 유산들은 더 이상 과거가 아니다."
"변화를 포용할 줄 하는 열정의 도시"가 내가 살아온 군산시다. 얼마나 아름다운가! 죽는 날까지 이사 가는 일이 없을 것 같다.
군산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배지영 (지은이),
21세기북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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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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