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의 도슨트와 함께군산의 도슨트 배지영 작가에게 직접 듣는 군산이야기
신은경
2021년 4월의 마지막 날(30일) 저녁,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 '군산'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를 얻었다. 40년 넘게 살아온 도시, 역사책과 군산에 관련된 책을 읽고도 그에 대한 강연을 들으러 간 이유는 따로 있다. 나도 몰랐던 도시의 이야기를 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책 <군산>을 쓴 배지영 작가는 군산에서 발굴한 구석기, 신석기 시대의 유물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강연장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부터 70세가 넘은 어르신까지 다양한 나이대의 청중이 있었다. 학생들은 역사시간에 배웠던 구석기, 신석기, 삼국시대, 일제 강점기, 고군산 군도 등의 용어가 나오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작가는 책 속에 생생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역사서나 다른 책에 담겨 있는 이야기 말고 살아있는 이야기를 구하기 위해 각 장소를 여러 번 방문했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어김없이 귀인이 나타나 먼저 말을 걸었다고 했다. 군산에 있는 카페 '오산상회', '임피역' 등을 여러 번 방문했던 그녀를 지켜본 그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귀인은 책 속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강연이 근대사로 접어들자 강연장에 있던 어르신들의 대답 소리가 커졌다. 책속에 문화재로 지정된 중국집 '빈해원'에서 약혼식을 한 어르신도 이날 강연장에 있었다. 그녀는 빈해원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자 얼마 전 결혼기념일에 그곳에 다녀오셨다고 했다. 빈해원 주인이 반가워했다는 이야기도. 나는 이런 것이 생생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책 <군산>의 표지에 '옛 군산세관'의 사진이 있다. 책 속에는 세관 건물 앞에 지나다니는 그 당시 군산 시민들의 모습이 있다. 흑백 사진이지만 번듯한 건물 앞에 허름한 옷차림의 우리 백성들, 새삼 애국심이 솟아오르게 하는 그 사진에 얽힌 이야기가 있다.
독일 사람이 설계하고 외부 벽에 사용된 붉은 벽돌을 벨기에에서 수입해서 지었다는 이 건물은 국내에서 현존하는 서양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의 하나이지만 그 당시 군산 백성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가슴 아픈 건물이다.
그 당시의 백성들은 세관 앞을 지날 때 일본의 힘으로 지어진 건물이 싫어서 또 너무나 번듯한 건물 앞을 지나는 자신들의 옷차림이 너무 추레해서 고개를 건물 반대편으로 돌리고 빠른 걸음으로 지나쳤다고 했다. 그들의 마음이 조금은 짐작되어 내 마음도 아팠다.
일본인 대지주 구마모토 리헤이가 지은 별장주택인 '이영춘 가옥'. 원래의 집주인은 일본인이지만 해방 후 우리나라 농촌보건 위생의 선구자인 쌍천 이영춘 박사가 거주하며 이영춘 가옥이라 불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양호교사제와 의료보험조합을 실시한 그는 제도만 만든 게 아니라 몸소 어려운 사람들을 위했다.
그 당시의 은행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은 이영춘 박사는 항상 가난했다고 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군산 곳곳으로 왕진을 다니며 어려운 사람들을 치료해주고 먹거리 등을 챙겨주었다. 배지영 작가도 시어머니가 어린 시절 이영춘 박사의 집에 놀러 다니곤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말이 기록으로, 기록이 역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