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건물 모습. 불이 꺼진 수많은 성형외과 간판들이 보인다.
권태훈
>> 이전 기사 : 의료사고 사망 '권대희 사건' 친형입니다... 너무 억울합니다 (
http://omn.kr/1obys)
제 동생 대희가 성형수술을 받고 목숨을 잃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돌이켜봅니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에게도 수술 얼마 전에야 성형을 받겠다는 마음을 전했던 아이. 왜 그랬을까요. 이제는 알겠습니다.
한국에서 성형수술은 미용성형과 동의어입니다. 화상이나 절단 등의 손상으로 성형을 받는 경우엔 재생이나 재건이란 부연 설명을 해야 하죠. 의료가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미용에 함락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당장 서울 강남 일대만 가더라도 한국에서 성형이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을 가득 메운 광고판과 그 비싼 빌딩 숲을 점령하다시피 한 간판들은 성형이 아주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하지만 성형을 한다는 건 여전히 민망하고 부끄러운 일입니다. 외모를 가꾸는 것을 넘어 칼을 대서 아예 바꾸고자 하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 근저엔 비싼 돈을 들여 내 몸에 칼을 대가면서까지 외모를 바꾸고 싶다는 어떤 욕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지금 가진 외모가 내 이상과 맞지 않아 괴롭다는 '콤플렉스'가 그 욕망의 자리를 채우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젊은 남자가 성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대뜸 '무슨 사내놈이 외모에 신경을 쓰냐'는 핀잔이나 듣기 십상이죠. 저라고 그런 마음이 없었을까요. 어머니와 아버지, 대희의 친구들이라고 그런 사람이 없었을까요.
누구에게도 수술하겠다는 마음을 터놓지 못했던 대희는 그래서 더 철저하게 병원을 찾아다녔습니다. 몇 달 동안이나 온라인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았고, 마지막 한 달 동안엔 후보로 좁혀진 병원을 직접 찾아 원장과 실장에게 상담도 받았죠. 돌아보면 모두 쓸모없는 짓이었습니다.
대희가 ㅈ성형외과를 선택한 건 광고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14년 무사고'라는 광고문구가 마음을 잡았다고 했죠. 대희와 함께 지내던 대학교 단짝 친구는 이 문구를 보고 대희가 "걱정하지 말라"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희는 집도의인 원장과도 직접 상담했는데 그때 "수술을 끝까지 직접 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죠. 광고에서도 '끝까지 책임진다'는 문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죄다 거짓이었습니다.
대희만이 아닐 겁니다. 성형수술을 결심한 사람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길은 없습니다. 사고 뒤 찾아본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선 광고와 정보가 뒤섞여 전문가조차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려낼 수 없어 보였지요.
'14년 무사고'나 '끝까지 책임진다'던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