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운리_섶다리_겨울풍경평창강에 있는 판운리 섶다리의 평화로운 겨울풍경
김원식_주천 강 문화센타
섶다리는 풍경과도 썩 잘 어울린다.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자연 일부를, 강 위에 옮겨놓은 까닭이다. 구절양장 굽어 흐르는 강에서, 사방이 높은 산으로 막힌 마을에선 이 섶다리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이곳을 통해서 세상으로 나가고, 세상의 잡다한 것들이 들어온다. 물과 바람과 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사람들이 해원(解冤)하는 통로이다. 그들이 명(命)을 다해 자연으로 돌아가듯, 섶다리도 명을 다하면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
다리라는 임무를 마치고, 자연의 어느 한 구석으로 물러나 있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섶다리는, 탄생하는 순간부터 어쩌면 끊김과 헤어짐을 예비하는 다리라는 생각이 든다. 섶다리가 번뇌하는 사람들의 고통을 떠안아 '윤회(輪廻)의 강'으로 떠나보내는 것은 아닐까? 강촌 사람들은 섶다리를 닮아갔고, 자연을 닮아간다. 그 다리 위에서 삶의 고뇌와 깊은 외로움을 위안 받았을 것이다.
섶다리는 질서와 안녕, 모두의 인간성을 유지시키는 배려의 공간이기도 하다. 양끝에서 서로 길이 엇갈릴 것 같으면, 누구라도 서로에게 먼저 건널 것을 권한다. 나이 드신 분이 반드시 우선이다. 무거운 짐을 이고 진 짐꾼이면 모두 양보하고, 병자나 임산부, 약자가 우선이다.
여럿이 같이 건널 때는, 가장 많은 책임과 부담을 진 자가 앞장을 선다. 특히 눈이라도 내려 다리 위가 미끄러워지면, 이런 원칙은 더욱 빛을 낸다. 섶다리는 이처럼 공동체가 유지되는 질서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며 살아가는 지혜를 담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포용과 관용의 다리이다. 이음을 바탕에 둔 모두의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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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삼스레 타인과 소통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그런 일들을 찾아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보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서로 교감하면서,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풍성해지는 삶을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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