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 클럽과 식당 등이 문을 닫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권우성
[기사수정: 15일 오후 4시 40분]
지난 7일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정부와 지자체가 당시 클럽 방문자들과 접촉자를 추적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해당 클럽이 성소수자들이 많이 방문하는 장소라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언론은 '게이 클럽'이라는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면서 이번 사안을 성소수자에 대해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 일조하는 중이다. 한국기자협회 인권보도준칙 제8장에 따르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아야 하며 "사회병리 현상과 연결 짓지 않"을 필요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소수자 인권과 관련해서 보도할 때 늘 그렇듯, 이 준칙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건 '내로남불'이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를 신천지로부터 시작된 집단감염 사태와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말 그대로 집단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선뜻 자신의 존재를 밝히는 것을 꺼린다는 게 요지다. 그런데 신천지에 대해서는 굉장히 강력히 대처했는데 왜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느냐는 지적이 많다.
언론 역시 이러한 여론에 합승하는 중이다. 지난 12일 <국민일보>는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 신천지처럼 대응해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소위 말하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이다.
하지만 이는 부적절한 비판에 가깝다. 그때와 지금이 정부의 대처가 다르고 사람들의 반응이 다른 이유는 단순하다. 사안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천지 대구교회에 강력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들은 하나의 단결된 조직이기 때문이었다. 신천지교회가 신도들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는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단일한 기준에 의해 하나로 묶을 수 없는 다양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일부 언론과 누리꾼들의 생각과는 달리 이 집단은 특정한 개인이 개별 '구성원'들에게 공문을 내려 지침을 하달하는 형태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 누군가가 '성소수자 명부'를 관리하고 있어서 은밀하고 퇴폐적인 공간에서 일탈을 저지르라고 독려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는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집단이 아닌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두 사안을 동일하게 바라보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심각한 편견과 혐오에 기반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혐오는 방역체계를 훼손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