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사망설을 제기했던 언론사들과 그 근거, 주장했던 날짜 등.
최승철
1) 데일리 NK
이번 김정은 사망설을 최초로 유포시킨 언론은 보수성향의 북한전문 인터넷 신문 <데일리 NK>라는 매체이다. 기사제목은 '김정은 최근 심혈관 시술 받았다'인데 북한전문 하윤아 기자의 기사이고 정보 출처는 북한통신원이다. 이 기자는 북한통신원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거의 매일 1개의 북한 관련 기사를 쓴다.
기사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12일 평안북도 묘향산지구 내에 위치한 김씨 일가의 전용병원인 향산 진료소에서 심혈관 시술을 받았다.
(2) 이번 김 위원장의 시술은 평양 김만유 병원의 담당외과의사가 직접 집도했으며, 김만유 병원뿐만 아니라 조선적십자종합병원, 평양의학대학병원 소속의 '1호' 담당 의사들도 이번 일로 모두 평양에서 향산 진료소로 불려갔다.
(3) 의료진은 김 위원장의 상태가 호전됐다고 판단하고 대부분이 19일 평양으로 복귀했고, 현재는 일부만 남아 지속적으로 그의 회복 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데일리 NK> 하윤아 북한담당 기자는 북한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거나 아니면 북한에 있는 '정보원'에게 사기를 당하고 있는 듯하다. (북한정보원은 목숨을 담보로 정보를 제공함으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어느 쪽이든 북한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었다면 이런 기사는 절대로 쓸 수 없다.
이 기사가 얼마나 엉터리인지 북한 최고 지도자의 건강을 담당하는 의료시스템을 설명하는 것으로 반박을 해보자.
북한 같은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의 건강상태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사안이고 국가 최고 기밀 사항이다. 최고 지도자의 건강은 북한에서 최고의 의사들이 전담 배치돼 수시로 체크된다. 최고 지도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병원은 일반 병원이 아니라 봉화진료소라는 별개의 특화된 병원으로 최고 지도자와 그 직계 가족, 일부 최측근 간부들만 따로 이용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가 지방에 시찰을 나가는 경우에도 담당 의사들이 함께 움직이는데, 언제 어디서 건강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즉시 수술을 할 수 있는 최첨단 의료 장비들을 항상 수반해 동행하고 있다. 최첨단 의료장비가 설치된 특수열차나 특수차량은 웬만한 병원시설보다 훨씬 더 특화되어 있다.
향산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용하는 전용 특각이 있지만, 여기서 심혈관 수술을 할 만한 시설은 없고 또 있을 필요도 없다. 만일 김정은 위원장이 지방 시찰 도중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즉시 수술이 가능한 특수열차 혹은 특수차량에서 임시 의료대책을 한 후 바로 전용병원인 평양의 봉화진료소로 이송하는 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하윤아 기자는 자신도 이런 내용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후속 기사에서 '향산진료소'가 대단한 병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김 위원장의 시술을 집도한 의사는 독일에 유학까지 다녀온 최고의 의사라며 자신의 본 기사를 보완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행동은 그가 전에 쓴 기사에 대한 신뢰도만 떨어뜨리는 인상만 심어주었다.
<데일리 NK>는 또 기사에서 "평양 김만유 병원의 담당외과의사가 직접 집도했으며, 김만유 병원뿐만 아니라 조선적십자종합병원, 평양의학대학병원 소속의 '1호' 담당 의사들도 이번 일로 모두 평양에서 향산 진료소로 불려갔다", "건강이 호전되어 대부분 평양으로 돌아갔다"고 했으나, 이건 최고지도자의 건강관리 시스템에 대한 초보적인 지식도 없는 이야기이다.
김 위원장의 건강을 책임진 1호 담당 의사는 일반 병원에 소속된 의사로 급하면 불러서 쓰는 그런 의사가 아니라, 북한에서 최고의 기술을 가진, 그것도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최고 지도자의 건강만을 관리하는 전담의사이다. 국가최고기밀에 대한 관리 문제를 떠나서, 최고 지도자의 건강을 관리하는 의사는 김만유 병원이나 조선적십자병원, 평양의학대학병원에 왔다 갔다 하면서 일반환자들을 진료하는 그런 의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위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향산에서 시술을 받았다"거나 "평양의 유능한 의사들이 치료를 위해 향산으로 내려왔다 호전되어 돌아갔다"라는 내용은 최고지도자의 건강을 국가 최고기밀사항으로 취급하는 북한의 최고위의료건강관리 체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만든 가짜 뉴스이다.
2) 뉴데일리
이번에는 김정은 사망을 확정 보도한 인터넷 보수신문 <뉴데일리>의 4월 26일 기사 내용을 반박해 보도록 하자. <뉴데일리>는 지난 4월 26일 '25일 김정은 사망 中 외교부장 조카가 말했다' 메인기사에서 외신을 인용해 김정은 위원장의 사망을 확정보도하였다.
<뉴데일리>가 김정은 사망을 보도한 근거는 홍콩의 HKS TV 부국장인 싱조우 쉬장이 SNS 웨이보에 올렸다는 글과 캡쳐 사진이다. 기사내용에 따르면 "김정은 사망 소식을 전해준 사람은 중국 외교부장의 조카로 매우 신뢰할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김정은을 위해 북한에 의료진을 보냈지만 결국 25일 사망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처음에 제기되자 중국, 미국, 한국은 즉각 김정은 건강에 이상 징후가 없다고 확정 발표하였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이 이상이 없다고 발표한 중국 정부가 김정은을 위해 북한에 의료진을 보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다. 만일 기사의 내용대로 중국이 김정은 사망에 대해 확인했다면, 그에 따른 사전 대책을 토의하고 행동을 했을 것이고 공식적으로 부정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외교정책을 관장하는 최고 수장인 외교부장의 아들이 어떻게 아버지가 하는 일에 대해서 알 수 있으며, 또 설사 알았다 해도 그것을 언론에 공개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같은 민주주의 국가도 아닌 중국 같은 나라에서 외교부장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짐작할 수 있는 사실이다.
즉, 이 내용은 중국 외교부장이라는 사람들이 믿을 만한 단어를 등장시켜 김정은 사망을 조작한 홍콩의 어떤 언론 사기꾼에 의해 만들어진 언론 조작이며 사기일 뿐이다. 김정은 사망설을 단정지어 보도한 <뉴데일리> 기사가 나오자 보수 언론들은 이를 사실인 양 전제하며 김정은 사망설을 더욱 확산시켜 나갔다.
심지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국회의원이 이 기사 내용을 사실인 양 전제하며 중국이 북에 의료진을 보낸 사실을 정부는 알고 있냐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을 죄인처럼 몰아 따지는 서글픈 모습을 우리는 묵묵히 지켜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