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탈출 당시 세월호 선내 그림을 그려보이는 오용선 대표
변상철
- 출항 후 사고가 날 때까지 어떻게 계셨나요.
"세월호 안에 기사들 객실은 3층에 따로 있어요. 그곳에서 화투도 치고, 포커도 치면서 놀아요. 방 가운데 화장실, 샤워실이 있고 그 양 옆으로 침대 4개씩 8개가 있었어요. 아침에 나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이 쑤시면서 객실로 들어가는 도중이었는데 갑자기 배가 와당탕하면서 기울었어요. 그때 넘어지면서 왼쪽 어깨를 부딪쳤는데 정신을 잠깐 잃었어요. 금방 정신을 차려보니 아무도 없었어요. 복도로 나와 화물기사 동생들에게 섬이 보이냐고 물어봤더니 섬은 잘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곳이 어딘지 전혀 몰랐어요."
- 배가 기울어지고 곧바로 나오지 않으셨어요?
"처음 배 기울고 나서 첫 번째 안내방송이 나왔는데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으라'는 말이었어요. 그리고 다시 약 10분 정도 지나자 '손님 여러분 움직이지 마세요. 한쪽으로 움직이면 배가 기울기 때문에 움직이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다시 약 30분 정도 지나서 전기가 잠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는데, 다시 방송에서 '가만있으라'고 했어요.
그러고는 화물 동생들이 말하길, 차량이 들어가고 나가는 램프가 약 2m 정도 남기고 다 잠겼다는 겁니다. 그때까지 화물기사가 15명 정도 램프 쪽에 있었거든요. 우리는 난간 손잡이를 잡고 버티고 있었죠.
다행히 배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해경 보트가 와서 세 번인가 왔다갔다하면서 기사를 구해서 모두 살았죠. 기사들은 거의 마지막에 나왔어요. 우리 기사들 나오고 뒤돌아 세월호를 보니까 배가 침몰하면서 배에서 물이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데 거기로 사람들이 막 뛰어 나오더라고요. 저 멀리서 김동수가 어선 배를 타고서 물에 빠진 사람들을 건지고 있었고요."
- 탈출하셔서 어디로 이동하셨어요?
"나는 서거차도로 갔어요. 해경123정 타고 팽목항으로 간 사람도 있고, 나처럼 서거차도로 간 사람도 있었어요. 우리를 구조한 배가 서거차도 배였거든요. 서거차도에서 다시 팽목항으로 농협 바지선을 타고 간 것이 오후 5시 정도였는데 약 3시간 정도 걸리더라고요. 저와 같이 서거차도로 간 사람은 박세홍, 전창진을 비롯한 10여 명이었어요."
- 구조되신 후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셨어요?
"치료는 무슨요. 팽목항에 도착해서 버스로 진도 체육관으로 이동했는데 버스에서 인원 확인하고 병원 갈 사람을 별도로 분리하더라고요. 우리는 화물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진도체육관에서 밤 9시까지 있다가 제주도 기사들끼리 모여서 회의를 했어요. 서울로 갈지, 제주로 갈지 논의를 했는데, 기사들 모두 해남 가서 오전 배를 타고 제주로 가자 그렇게 의견이 모였어요. 그래서 진도군수를 찾아가서 사정을 하고, 차용증을 써주고 10만 원씩 빌려, 우수영에서 잠을 자고 아침 배를 타고 제주로 왔죠.
제주 도착하니 대한통운 직원이 나와서 병원을 지정해주는데 중앙병원, 한국병원, S-중앙병원 세 군데만 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화물 기사들은 각자 병원에 흩어져 입원을 했죠. 나는 16일 정도 입원했다가 나왔어요. 퇴원 후에 정신과 약을 타야 하는데 제주에 있는 병원이 너무 멀었어요. 그래서 서귀포에 있는 정신과 병원에 다닌다고 하고, 서귀포 정신과 병원과 보건소만 다니게 되었습니다."
- 정신과 약은 언제까지 드셨어요?
"2016년 1월까지 먹고 안 먹었어요. 정신과 약을 먹으니 몸이 안 좋아지는 걸 느끼겠더라고요. 의사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더니 약을 조금씩 줄이자고 해서 약을 줄이면서 잠을 자는 연습을 했어요. 잠이 오지 않아도 불을 끄고 누웠어요. 그러다 보니 규칙적으로 잠을 자게 되었고, 약도 자연스럽게 끊게 되었죠."
- 화물차 보상은 제대로 받으셨나요?
"전부 보상받았죠. 나는 회사 차라서 보상은 받지 않았어요. 세월호 관련해서는 국가배상을 받았는데, 받고 싶어 받은 것이 아니라 '
도장 찍지 않으면 나중에 아무것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얼떨결에 밀려 도장을 찍어버렸죠."
- 세월호 사고 이후 가장 큰 후유증은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사실 저는 저 스스로 후유증을 이겨내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물론 힘든 느낌은 아직도 있죠. 몸이 좋지 않으니 옛날처럼 활동하지는 못해요. 그래도 꾸준히 운동을 해서 체력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4월이 되니까 마음이 다른 때보다 좀 어수선해요. 이번 달은 유난히 세월호 때 생각이 나더라고요."
- 사고 직후 단기기억상실증세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조금 그래요. 조금 전 일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세월호 사고 이후에 그런 증상이 생겼어요."
- 몸과 마음에 세월호를 새겼다고 하신 적이 있어요. 무슨 의미인가요?
"세월호 사고날 때 어깨를 부딪쳐서 어깨가 너무 아프더라고요. 2017년에 결국 어깨 수술을 했으니, 그 수술이 세월호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수술한 어깨를 보면 늘 세월호가 생각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평생 세월호 기억을 몸에 새긴 꼴이 되어 버린 것이죠."
"아픔에 귀 기울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