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120 경기도 콜센터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옆자리를 비워두고 근무하고 있다. 2020.3.11
연합뉴스
"신천지에서는 '영혼을 위한 투자'라고 영(영혼)과 육(육신)을 구분하는 수업을 받아요. 그게 첫 번째 교육이에요. 영을 선택하고 육을 포기하게 만들죠. 죽지 않을 만큼 먹고 나머지 돈을 전도하는 데 쓰는 게 가장 가치 있는 일이 돼요. 노는 데 돈을 쓰면 비웃음거리가 되죠. 취직을 위해 스펙을 쌓고자 하는 의욕이 전혀 없어져요. 콜센터 취직해서 평생 그렇게 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죠. 죽을 때까지."
신천지는 말 그대로 "새 나라, 자기들끼리의 나라를 만든다"고 했다. 서연씨에 따르면, 신천지가 생긴 날을 기점으로 '신천기(신천지에서 쓰는 연호)'를 센다. 시험에 통과하고 1명을 전도하면 '입교'할 수 있고, 신천지 '민증'이 나온다고 했다. 또 "세상의 축소판처럼 원하는 활동을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다. 서연씨는 "신천지 들어오기 전에 연극에 관심이 있던 친구는 신천지 극단에서 활동하고 노래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따로 모여 활동을 한다, 아나운서도 따로 뽑는다"라며 "창립기념일에 문화부 대표를 하는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그게 그 안에서 최고의 스펙"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포교에 중독됐었다"고 말한다.
"포교하고 싶은 대상에게 내 모든 걸 맞춰요. 이 사람이 됐다가 저 사람이 되죠. 그 과정에서 거짓말에 중독돼요. 내가 망가지는 것도 인지를 못해요. 배도 안 고파요. 마약 같아요. 저도 거기 있을 때 10kg이 빠졌어요. 그런데 전혀 몰랐어요. 4~5년 신천지에 있던 언니 오빠들 보면 병이 많이 생겨요. 결석이 엄청 많이 생긴다든가 인대가 아예 파열 된다든가. 20대에 걸릴 수 없는 병에 걸려요. 잠도 못자고 의식주 자체를 거의 못하니까요."
신천지가 위험한 이유 "끊임없이 발전한다"
왜 신천지에 빠진 20대가 많을까? 서연씨는 포교 과정에서 그 답을 느꼈다고 했다.
"목표치로는 하루에 20명 이상 번호를 따야 해요. 그러려면 말을 60번 걸어야 하거든요. 그렇게 질문하고 대답이 돌아오고 하는 과정에서 느낀 건데, 20대 청년들은 뭔가 목마름이 있어요. '다른 거'에 대한. '의미 있게 살고 싶다, 가치 있게 살고 싶다'는 목마름이요. (그것만 건드리면 되니) 신천지 입장에서는 가장 전도하기 쉽죠. 20대들은 취업·진로·친구관계·교제 등 문제가 집약돼 있죠. 그런 부분을 '해결해줄게' 하는 사람을 밀어내기 쉽지 않고요. 그런 고민들을 가족과 먼저 의논하는 문화가 한국에는 없는 것 같아요."
20대의 목마름을 신천지가 간파하고 있다는 얘기다. 신천지에는 들어감과 동시에 멘토가 생긴다고 했다. 자신을 전도한 사람이 멘토다. 입교를 위한 교육을 받으며 사명자라 불리는 상사 개념의 멘토가 생기기도 한다. 멘토를 자처한 이들은 이제 막 성인이 된 이들의 고민 해결사로 나선다.
"20대들은 '내가 판단할 수 있다'고 믿어요. 신천지는 그런 걸 부채질하죠. '너는 충분히 똑똑해' 이러면서 동시에 가족에 대한 원망을 심어줘요. '진짜 말 통하는 사람이 너희 가족 중에 있어?'라고. 그럼 대부분 없다고 하죠. '살면서 진짜로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죽을 때까지 한 명만 만나도 행복할 것 같지 않아?' 이 질문에 동의하게끔 6개월을 지나는 거죠. 그럼 그 사람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신천지에서 수업을 듣는데 강사가 들어가기 전에 학생들의 정보를 다 받아요. 무슨 문제가 있고 그런 거요. 걔 인생을 아는 거예요. 그럼 그 아이는 이 강사와 눈만 마주쳐도 위로를 받는 거예요. 거의 신이 되죠. 내 마음을 알아주니까. 이 사람이 '너는 이제 힘들지 않아도 된다, 마르지 않는 물이 네 앞에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할 수가 없죠. 너무 기쁘죠."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 명리학을 배우는 과정도 있다고 했다. 서연씨는 "제가 있던 교회에서는 명리학 교수를 초청해서 사주팔자를 배웠다, 다른 교회에서는 심리학을 가르친다고 한다"라며 "신천지가 다른 사이비에 비해 더 위험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식으로 끊임없이 발전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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