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삿짐 쌓인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장순심
오후가 되니 다른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였다. 아주 어린애기들의 소리는 아니였다. 소리에 이끌려 부엌 창으로 밖을 내다보니 유치원 옆의 놀이터에 초등학생들 대여섯 명이 놀고 있었다. 제법 긴 시간을, 한참 동안 재미있게 놀았다. 문득 저 애들이 저래도 되는 건가 싶어 자세히 살피니 모두 마스크는 쓰고 있었다.
아이들의 웃음도 생소하게 만드는 현실이었다. 그래도 웃음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웠다. 아이들 부모님들이나 염려가 큰 어른들, 실은 나도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잘 놀고 잘 먹으면 건강할 수 있다는 마음이 있고, 부디 그랬으면... 기도하는 마음이 되었다.
세계 각국의 특파원 역할을 하는 브런치 이웃들의 글을 매일 읽다 보면, 이러다 세상이 영영 이렇게 멈춰버릴 것 같은 불안함이 크다. 매일의 코로나19 현황부터 여기저기서 일상적인 통행 제한, 출입 제한에 장단거리의 이동 제한까지, 사람들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들을 실시간으로 전해 온다.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호주,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매일 새벽 알람을 통해 바뀐 풍경과 일상이 오늘도 날아온다. 그 나라 국민들의 낙천성도 얘기하지만, 그로 인해 국가에서 더 엄격하게 통제하는 살벌한 풍경도, 마트에서의 사재기 소식도, 학교나 유치원의 휴업, 휴원 소식도 전한다. 특히 말도 통하지 않는 이국에서의 불안감이 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생활의 일부분만 멈추는 멈춤은 없는 것 같다. 학교가 멈추고 직장이 멈추니 가정 경제도 멈춤이다. 나라 안에 있는 것과 나라밖에 있는 것이 다를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내 나라에 있는 나는 마음이 한결 편하다. 내 구역에서 먹고 들어가는 일정 지분을 가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것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불편할까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갑작스럽게 확진자 수가 늘어날 때는 우리나라만 이런가 싶어 조금은 나라의 걱정까지 짊어진 불안함이 있었다. 게다가 언론에서 오히려 그 불안을 부추기는 듯한 보도가 많은 걸 보며 우리나라가 빨리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를 기도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상황이 조금 잦아드는 지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고, 그곳에서 지내는 교포들에게 마음이 쓰이기도 한다.
누구도 어디까지라고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여파가 만만치 않다. 민생 자금을 지원하네 마네 하는 논의로 정치권에서는 시끄럽다. 그리고 총선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아이들의 개학은 언제까지 미뤄질지 기약할 수 없다. 어느 나라에서는 5월까지라고도 하고, 어느 나라는 여름방학까지 휴업을 한다고도 들려온다.
미국과 호주에 가까운 친척이 나가 있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촉각이 예민해지고 뉴스를 주의 깊게 살피게 된다. 오마이뉴스 기사에서도 '역이민을 해야 할까요' 하는 고민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니, 그들의 불안한 마음이 남의 일은 아니다.
불과 한두 달 전만 해도 매일 똑같은 일상이 지루하다고, 무료하다고 생각하고 몸부림쳤는데 이젠 그 일상이 그리워지는 시점이다. 작고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려고 누군가 의도한 것이라면, 이젠 알았으니 그만 멈춰달라고 청하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