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아시아드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쓰는 1층 한 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방역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나온 부산 아시아드 요양병원이 코호트 격리됐다.
연합뉴스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정신병동이 감염병에 취약하다는 사실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비록 외부에서 유입된 바이러스의 집단 발병으로 우리의 눈에 가시화 되었을 뿐, 정신병원과 시설에 거주하는 정신장애인의 건강은 단지 감염병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다.
국립재활원 <장애와 건강 통계>(2018)에 따르면 정신장애인의 평균 사망연령은 57.6세로, 전체 인구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자살이나 자해와 같은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정신질환과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은 정신장애인 집단에서 비장애집단에 비해 2~3배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3), 이는 폐렴과 같은 감염병부터 당뇨,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에도 더욱 취약한 특성을 지니는 정신장애인의 현실을 반영한다.
정신장애인은 질환 자체의 특성으로 증상의 호소가 어렵거나, 자기 몸의 문제와 그 심각성을 알아채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음과 동시에, 사회경제적 수준과 건강문해력(Health literacy)이 낮아 적절한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한 지원이 요구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정신장애인 건강검진수검률은 비장애 인구의 60%대에 그치는 상황이며
4), 인권위의 <중증, 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몸이 아파도 의사로부터의 진료를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시설거주 정신장애인 비율이 15.3%에 달하는 상황으로, 정신장애인 집단은 건강의 실질적 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또한, 코로나19 창궐에 대하여 폐쇄병동 정신장애 당사자들이 얼마나 정보를 지니고 있었는지도 불투명하다. 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설 거주 정신장애인의 95.2%가 개인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고 있었으며, 가지고 있는 소수의 경우에도 휴대폰을 갖고 있더라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었다.
그들 중 일부가 처음으로 증상이 발현되었을 때에, 그들 스스로는 자신의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폐쇄병동 바깥세상'에서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일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을까? 혹시 자신이 흰색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 속에 둘러싸이고 나서야 이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며, 자신의 건강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아닐까? '치료적 목적'으로 휴대폰 사용과 바깥 세상과의 접촉을 제한했었다면, 그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병원과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
이처럼 폐쇄병동이라는 특수한 경계의 이쪽과 저쪽에서는 개인에게 주어진 공간적 상상력의 한계부터 평균수명까지, 전혀 다른 사고방식과 전혀 다른 인간의 권리가 자리하고 있다. 어쩌면 폐쇄병동 안과 바깥은 인간A와 인간B처럼, 전혀 다른 종(species)으로 암암리에 받아들여지고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Homo Sapiens)'이라는 종이라면 (아이러니하게도) '차별 없이' 공격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앞에서, 두 세계 사이의 이질적 단절이 깨졌고, 폐쇄병동의 문이 열렸다.
차별과 불평등 속에서 '인간B'로 낙인찍힌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1명의 감염인'으로 존재할 때에서야, 혹은 동등한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숙주가 되어 인간A에 대한 위협이 되는 시점에서야 비로소 인간A의 관심을 얻고 '인간'으로 호명되었다.
무차별적(無差別的) 바이러스에 의해 열린 폐쇄병동의 문 앞에서, 연결되어버린 이질적 두 세계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인간과 인간 사이의 폐쇄된 경계를 어떻게 다르게 사유하고 결단할 수 있을 것인가.
정신과 폐쇄병동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집단발생 사건이 우리에게 묻는, 감춰진 질문들이다.
1) Li, Q., Guan, X., Wu, P., Wang, X., Zhou, L., Tong, Y., ... & Xing, X. (2020). Early transmission dynamics in Wuhan, China, of novel coronavirus–infected pneumonia.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 국가인권위원회의 『중증, 정신장애인 시설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2018)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시설에서 거주한 기간은 20년 이상(1997년 이전 입소)이 36.2%로 가장 많았고, 10년 이상~20년 미만(1998년~2007년 입소)이 29.2%, 그다음으로 5년 미만(2013년~2017년 입소) 20.1%, 5년 이상~10년 미만(2008년~2012년 입소) 14.5%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10년 이상인 경우가 65%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Laursen, T. M., Munk-Olsen, T., & Vestergaard, M. (2012). Life expectancy and cardiovascular mortality in persons with schizophrenia. Current opinion in psychiatry, 25(2), 83~88. 해외의 사례보다 한국에서의 발생률 차이는 더욱 클 가능성이 높다.
4)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2019), NMHC 정신건강동향 vol.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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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 110명 감염, 6명 사망... 인간의 조건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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