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세월호생존자와그들을지지하는모임'창립총회
박기완
지난 22일,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기억 공간인 제주 '수상한집'에서 아주 의미 있는 모임이 열렸습니다. '제주 세월호 생존자와 그들을 지지하는 모임' 창립총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지원을 위해 싸워왔던 김동수씨와 오용선씨 등 세월호에서 생존한 이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그동안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생계와 관련된 지원이나 협력을 전혀 받지 못했던 그들이기에,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자발적 모임을 만든다고 하니 설레기까지 한다고 합니다. 이제 혼자가 아닌, 우리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의 현장으로 담담히 떠난 딸
그런데 기쁜 이날, 김동수씨의 마음은 한편으로 무겁기도 했습니다.
"아빠, 저 오늘 대구로 올라가요."
김동수씨의 둘째 딸 김예나씨는 이날 모임을 마치고, 곧장 직장인 대구의 모 병원으로 올라가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대구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고 있는 곳입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병원 내 감염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 대구로 딸아이가 출근을 위해 떠난다고 하니 어느 부모인들 마음이 편할 리가 있겠습니까.
아빠는 마지막까지 세월호에서 아이들을 구하다 나왔고, 딸은 코로나19 현장으로 담담히 떠났습니다. 예나씨는 응급구조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보내고 싶지 않은 게 부모의 마음이겠지만, 아빠는 걱정 섞인 말을 한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그저 잘 다녀오라는 말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