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군에 맞서 싸우고 있는 동학농민군들. 황룡전적지 기념탑에 새겨진 부조물이다.
이돈삼
동학농민군의 전주성 철병은 동학혁명사의 일대 변곡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조선왕조와 동아시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인 한 연구가는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전봉준이 꽤 오래 전부터 농민의 대군에 의한 상경(上京)을 기도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반정부군이 수도를 공격한다는 것은 상투적인 전략이지만, 사회개혁의 의사를 가진 전봉준의 상경 작전에는 군사면 이외의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필자는 그 목적은 민씨정권 타도 정권쟁취가 목적이 아니라 일련의 폐정개혁 요구안을 조선 봉건지배계층에 제시하기 위한 서울에서의 대시위운동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박종근(朴宗根) 씨는 명치 28년 3월 6일자 『동경조일신문』에 게재된 전봉준의 법정진술의 "모든 국사를 모두 한 사람의 세력가에게 맡기는 것은 매우 폐해가 크다는 것을 안다. 몇 사람의 명사가 협동하여 합의법에 의하여 정치를 하게 하려는 생각이었다."라는 부분을 근거로 하여 그가 의회정치 혹은 공화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만일 이것이 진실이었다면, 전봉준의 사회개혁의 구상은 독자의 정권을 수립하고 조국을 적극적으로 개조해 간다는 매우 실천적이고도 구체적인 정치일정으로 되고, 그것은 반권력투쟁의 테두리를 훨씬 넘어선 일대 혁명사업의 과정이었음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