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균 제주출입국외국인청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용담동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서 예멘 난민 지위 신청자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18.12.14
연합뉴스
작년 여름, 말레이시아를 거쳐 평화의 섬 제주도에 다급히 피신해 온 예멘 국적 난민 500여 명은 한국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남겼다. 사실 1994년 이래 난민은 계속 한국사회에 존재해왔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한국 정부에 보호를 구하는 난민신청자 수는 1만 6173명에 달한다. 예멘 난민의 수는 지중해를 매일 건너는 수많은 난민선 중 하나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러나 70만 명 이상이 찬성한 '예멘 난민 추방' 취지의 잔인한 청와대 국민 청원 내용이 보여주듯이, 그들의 존재는 갑자기 공론장에 끌려나온 난민들에 대한 시민들의 낯섦, 단기간 집중된 난민신청의 숫자, 이슬람 종교에 관한 선이해, 중동 국가 전쟁 난민에 대한 오해는, 한국 사회 내의 고유한 문제를 타자의 문제로 전가하는 우파적 사고를 충동했다. 정부의 신속한 제주도 출도 제한 및 예멘 국적자의 무비자 입국 금지 방침은 '난민은 통제되고 관리되어야 하는 타자'라는 우파적 낙인에 기름을 부었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그 과정에서 난민 심사가 개시된 예멘 난민 484명 중 412명이 소위 인도적 체류자 지위를, 2명이 난민 지위를 얻었고, 56명은 단순 불인정결정을 받아 이의신청을 하였고, 14명은 제3국으로의 자진출국 등의 사유로 심사가 직권종료 되었다.
추방하진 않고 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는 인도적 체류지위를 받은 난민들은 제주도를 벗어난 육지에서 취업의 기회를 찾아 정착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다시 제주도로 돌아오기도 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정착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한 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던 난민 혐오 광풍은 지금 어디로 갔는가? 난민 이슈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한국 내 소수자 혐오의 최신 판본이었던 난민 혐오가 철저히 그들을 타자화한 허상이었음을 보여준다.
난민이 이슈로서 한바탕 소비된 후 관심마저 사라져 버린 지금, 전통적인 난민제도의 문제들 즉, 포괄적 의미의 난민정책을 포함한 이민정책의 완벽한 부존재, 부당히 낮은 난민인정률과 통제위주의 출입국 당국의 심사와 체류관리, 난민에 대한 구금과 송환, 언어·문화를 익힐 새도 없이 사회안전망 안으로 편입되지 못하고 빈곤에 내몰리는 등 난민의 한국사회 정착에 관한 정책 부재는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