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의 한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 비치된 책 '90년생이 온다'
이주영
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책 <당신의 인생을 이모작하라>가 그 시작이었다. 최재천 교수는 인생을 '번식기'와 '번식후기'로 나눴다. 예전에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번식기가 끝나는 50살 즈음부터 눈에 띄게 늙었고 수명도 길지 않았기 때문에 60살 은퇴에 맞춘 사회 제도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간 수명이 100세를 바라보는 지금은 번식기만큼이나 긴 번식후기를 살기 때문에 교육이나 경제 체제가 그것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재천 교수는 특히 번식후기를 위해서 40살 이후에 새로 공부해야 한다고, 그래서 빛나는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책을 읽고 다른 시각의 책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그 중 <100세 인생>이라는 책은 경제학자의 눈으로 삶의 단계를 분석했다. 런던 경영대학원 교수인 린다 그래튼(Lynda Graton)과 앤드루 스콧(Andrew Scott)이 쓴 책이다.
이들 저자는 20세기에는 삶을 3단계로 바라보는 것이 보편적이었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교육을 받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직업 활동을 하고,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은퇴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21세기 들어 기대 여명이 늘어났는데도 퇴직 연령이 그대로인 것을 지적한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교육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삶의 단계를 재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100세 인생> 저자들은 기존 3단계의 삶을 대신하여 미래에는 '다단계의 삶'이 자리를 잡을 것으로도 예측한다. 저자들은 3단계 삶에서는 과도기가 두 차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교육에서 고용으로 넘어갈 때, 고용에서 퇴직으로 넘어갈 때. 그런데 단계가 더 많아진다면 그러한 과도기도 더 많아질 거라는 거다. 그래서 그 과도기를 잘 넘어가라고 조언한다. 경영대학원 교수들답게 경제활동에 대한 조언이 책에 쭉 나온다.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은 미국 중년들을 장기간 관찰한 결과를 책으로 낸 것이라 흥미로웠다. 저자인 윌리엄 새들러는 하버드대학 성인발달연구소에서 10년 넘게 중년에 관한 연구를 했으며 현재 캘리포니아 홀리네임스 대학에서 사회학 교수로 있다. 저자는 책에서 '생애 주기별 분석'을 도입하여 중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태어나서 학창 시절까지의 '청년기 1차 성장 단계'인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1 연령기)', 일과 가정을 위한 정착 단계인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 2 연령기)', 학습을 통한 청년기 1차 성장 단계와는 다른 깊이 있는 2차 성장을 통해 삶을 재편성하는 시기인 '서드 에이지(third age, 3 연령기)', 성공적인 노화를 추구하는 '포스 에이지(fourth age, 4 연령기)' 등 우리 인생을 연령대별로 나눈다.
여기서 저자는 우리 생애 중간쯤의 시기인 마흔 이후 30년, 즉 '서드 에이지'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중년 이후의 삶을 평가절하해온 것도 지적한다. 저자는 이 시기가 착륙이 아닌 새로운 이륙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마흔 이후 인생의 2차 성장을 위한 6가지 원칙도 제시한다. 여기서부터는 자기계발서에서 들어봄직한 교과서적인 이야기다. 그 원칙들은 한마디로 주위를 둘러보고 자신의 목소리도 들어보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혼자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년에는 스타 플레이어, 혹은 독불장군이 되면 힘들단 이야기다.
세대와 관련된 주제로 찾아보니 세대 간 차이나 갈등을 다룬 책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특히 <90년생이 온다>를 필두로 '에코 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를 다룬 책들이 서점에 많이 보였다. 우리 또래를 다룬 책들은 주로 '386 세대'를 주제로 부정적인 분석을 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아저씨'라는 단어가 눈에 확 들어오는 책이 있었다.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으로 나이 들어가는 아저씨들이 많아졌다는 일본의 이야기다. 저자 야마구치 슈는 현재 인문학 분야 베스트셀러인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를 쓴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에 의하면 일본은 남자들, 그중에서도 젊은이가 아닌 아저씨가 중심이 된 사회였고, 주기적으로 훌륭한 리더들이 활약한 덕분에 발전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지금 일본은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키는) 쇠퇴하는 아저씨들이 늘고 있고 문제는 그들이 사회 지도층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쇠퇴하는 아저씨 사회의 처방전>은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이 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라면 아저씨를 '꼰대'로 치환해서 읽었을 것 같은 내용이 많이 나온다. 연장자라는 이유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든지, 그들이 젊은 세대의 피드백을 허용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저자는 책에서 그런 남자들이 이끌어 가는 일본 사회의 문제점과 그 '처방전'을 내놓았다(고 주장한다.)
50대를 이해하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