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중집회와 검찰개혁 촛불집회 나란히 놓고 비교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9/30)
TV조선
이런 식의 방송은 TV조선의 다른 프로그램인 <신통방통>(9/30)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신통방통>은 북한 군중 집회와의 비교를 집중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출연자 이종근 시사평론가는 평양에서 열린 군중대회 사진을 두고 "평양 시민들이 모두 다 집결해서 보여준 사진이 그 10만 명"이라며 "평양시 이 광장은 거의 직사각형이 아니라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지만 "조국 수호 집회는 광화문 광장과 달리 훨씬 더 차선이 좁"다며 "그렇기 때문에 사회자가 100만 명이 모였다고 하면 '아, 우리가 100만 명이 모였구나'라고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즉, 100만 명은 객관적 사실이 아니고, 장소로 인해 참가자들이 오인할 소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채널A 시사대담 프로그램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정치데스크>, <뉴스TOP10>은 앞서 TV조선 프로그램들에서 등장한 예시에 2014년 교황이 방한했을 때 광화문 광장에 모인 경우를 추가했습니다. 결국 종편 대다수의 프로그램이 조선일보식 방식으로 집회 참가인원에 대한 비교를 진행한 것입니다.
자유한국당이 던져준 비교대상 그대로 차용한 종편
검찰개혁 촛불집회를 일부 가수의 공연이나 북한의 군중 집회와 비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공연과 집회는 목적과 대상이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인원을 대상으로 한 공연과 시민에게 참여가 자유롭게 개방된 집회를 비교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북한의 군중 집회도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종편은 그간 북한을 비정상국가로 치부하며 북한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표출해왔습니다. 평소대로라면 북한의 군중 집회 인원을 의심했어야 할 종편은 오히려 이를 기반으로 검찰개혁 촛불집회 인원을 부정했습니다. 필요한 대로 논리를 바꾼 것입니다.
이런 비교의 시작은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였습니다. 연합뉴스 <한국당 "서초동 촛불집회, 최대 5만명…與, 숫자 부풀리기 조작">(9/29) 은 박성중 의원과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가 "10만 명이 모인 북한 평양시 군중 집회나 5만5천 명이 모인 가수 빅뱅의 일본 콘서트 사진을 제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시작한 마구잡이식 비교는 종편을 통해 확산됐습니다. 결국 종편은 자유한국당이 집회 참가인원을 부정하자마자 비교방식까지 차용하며 동조에 나선 것입니다.
2. 집회 참가인원 분석, 참가사유를 자유한국당의 주장으로 설명
종편은 앞서 단순 비교를 통해 집회 참가인원을 부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일부 프로그램들에서는 노골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논리를 기반으로 집회 참가인원을 부정하고, 참가자들이 자발적 참여를 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박성중 의원의 추측, 사실인 듯 전달한 TV조선‧MBN
TV조선 <이것이 정치다>(9/30) 진행자 윤정호씨는 촛불집회 소식을 전달하며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다며 특히 숫자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윤씨는 "참석자들은 100만이 넘었다, 여권은 이걸 받아서 200만까지 이야기가 됐"다며 집회 참가자 규모를 논란으로 설명했습니다.
진행자에 이어 발언을 시작한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본부장은 집회 참가자는 부풀려졌고, 이를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이 반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송씨는 "서초구청장에 있던 박성중 의원 같은 경우는 그쪽 지역을 잘 아는데" "다 차봤자 5만"이라 주장했고 "페르미 추정법 해서 앉은 사람이 평방미터 당 몇 명, 이런 게 다 있는데"라며 박 의원 주장을 확실한 사실인 듯 설명했습니다. MBN <프레스룸>(9/30)에 출연한 김태일 기자도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에 따르면" "페르미 기법으로 계산을 해보면 한 5만 명 정도 나온다"며 같은 주장을 펼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