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세대 주택 앞에는쓰레기봉지와 재활용 쓰레기가 뒤섞여 있었다. 오후 늦게 청소차가 와서 수거해 간다고 했다.
강대호
하지만 집을 알아보러 다닌 다세대 주택 동네는 그냥 길가에, 정확히는 건물 입구에 쓰레기가 쌓여 있었다. 규격 쓰레기봉투와 다른 재활용 쓰레기들이 뒤섞여 있는 거였다. 아파트에 살던 우리 가족에게는 첫인상이 다소 지저분하게 다가왔다.
"매일 치운다고요. 얼마나 깨끗하게 치우는데요."
부동산 중개인의 말이었다. 그에 의하면 쓰레기는 성남시와 계약한 용역업체에서 매일 수거한다고 했다. 다만 아직 치우기 전이라 지저분하다는 거였다. 주택 입구는 사람으로 치면 얼굴인데 쓰레기들이 뒤섞인 모습만 머리에 계속 떠올랐다.
주변 사람 중 아파트 아닌 데서 사는 사람들을 찾아보았다. 멀리 갈 필요도 없었다. 아들이 서울 직장 근처 다세대 주택에 살고 있었고 자주 만나는 친구도 용인의 다세대 주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세대 주택에 대한 선입견으로 가득한 질문들이었다.
"다세대 주택도 사람 사는 곳이야. 사람 사는 곳에 세금이 쓰이기 마련이고. 물론 그 세금은 우리 같은 시민이 내는 거지만."
아들과 친구는 내가 가진 편견을 지적했다. 아파트에만 시스템이 있는 게 아니라 아파트 아닌 곳에도 시스템이 있노라고. 하지만 나는 내 눈으로 본 것만 믿을 수 있겠노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눈이 미처 못 알아본 것
그 후 이사를 했고 다세대 주택 단지에서 한 달을 살았다. 그동안 살아본 소감을 행정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이곳 다세대 주택 단지에도 시스템이 있었다. 나의 선입견은 편견이었다. 그렇게 느끼게 된 계기가 몇 번 있었는데 대표적인 게 바로 쓰레기 수거다.
우리 가족은 이사하자마자 주민센터에 물어보았다. 하루에 두 번, 오후 늦게 한 번 밤에 한 번, 모든 쓰레기를 거둬 간다는 답이 돌아왔다. 주민센터 직원은 일반 쓰레기와 음식 쓰레기는 전용 쓰레기봉투에, 재활용 쓰레기와 비닐과 스티로폼 등은 분류를 잘 해서 내놓으면 된다고도 설명해줬다.
우리 집 쓰레기를 하루 이틀 내놓다 보니 예전에 안 보였던 질서가 보이기 시작했다.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가 뒤섞인 거로 보였지만 나름 분류를 해서 따로 놓여 있던 것. 아파트에서 살며 '플라스틱'이라거나 '캔, 알루미늄'이라고 쓰인 커다란 재활용 쓰레기 수거함에만 익숙했던 내 눈이 미처 못 알아본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