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74〉 육서통 기(?) 자. 〈사진175〉 소용돌이무늬수막새(水渦文圓瓦當), 중국 전국시대, 지름 15.2cm, 국립중앙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육서통 기(气)와 소용돌이무늬 수막새
〈사진174〉 육서통 기(气) 자를 보면 동그라미 한가운데에 점을 찍었다. 이 점은 물(水)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물(水)의 기원은 비(雨)이고, 비(雨)이 기원은 구름(云)인데, 육서통 기(气)는 이 구름(云)의 기원을 점으로 표현하고, 구름의 기원이 천문(天門)이라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표현했다. 〈사진175〉 수막새 기와는 〈사진174〉 육서통 기(气) 자를 그대로 디자인했다고 볼 수 있다. 천문에서 구름이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며 나오고 있는 것을 아주 역동적으로 디자인한 것이다. 이 수막새에서 구름(云)은 〈사진171〉의 운(云) 갑골문에서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학계에서는 고구려백제신라 수막새 기와에서 볼 수 있는 이런 구름 디자인을 아직도 고사리·덩굴무늬·인동무늬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사진171〉의 운(云) 갑골문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구름(云)이다. 그리고 그 구름이 천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을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또 천문 속 회오리바람은 우리 태극기에 있는 태극이고, 한반도와 일본에서 나오고 있는 파형동기(巴形銅器)의 기원이 천문에서 구름이 나올 때 이는 역동적인 바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고고학계에서는 파형동기의 기원을 일본 야요이시대에서 찾고 있지만 그것이 아니라 그 기원은 중국과 한국에 있고, 이것이 야요이시대에 일본으로 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고고학계에서는 파형동기가 무엇을 구상으로 하여 디자인한 것인지 짐작도 하지 못하면서 이 동기가 자신의 문화라 하고, 그것이 한반도로 간 것으로 보고 있다. 더 황당한 것은 이것을 우리 고고학계에서는 그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파형동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자세히 다룰 것이다.
사방오주(四方五州)의 세계관과 천문(天門)
여기서 다시 〈사진172-173〉 중국과 미국 신석기 그릇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앞에서 육서통 기(气)와 중국 전국시대 수막새 디자인을 설명하면서 천문(天門)과 이 천문에서 나오는 구름(云)을 말했다.
〈사진172〉 그릇을 보면 가운데 천문이 있고 그 둘레에 네 개가 더 있다. 이 천문에서 구름이 나오는 것을 아주 힘차게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이 그릇 디자인은 동서남북과 그 한가운데 천문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즉 다시 말해 사방오주(四方五州)의 세계관이다. 동서남북 사방과 그 한가운데 들판(州)까지 해서, 물론 그 다섯 들판의 하늘에는 천문이 하나씩 있다. 그래서 천문이 다섯 개인 것이다.
그릇 뒷면에도 똑같이 사방오주의 세계관을 그렸을 것이다. 아가리 쪽에 있는 천문은 천문을 다시 한 번 더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옛 그릇에서는 이렇게 다른 면에 또다시 그린 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중요한 세계관을 다시 그려 넣어 '강조'하는 것이다.
〈사진173〉 미국 신석기 그릇 또한 사방오주의 세계관이다. 그릇 몸통에 회오리바람 모양 천문(天門)을 네 군데 그리고, 이 천문에서 구름이 나오는 것을 두 줄 띠구름으로 했다. 이 띠구름에 삼각형 구름을 붙였는데, 삼각형 안에 빗금을 엇갈려 그었다. 이는 세계 신석기 그릇에서 익히 볼 수 있는 비(雨) 디자인이고, 이 비가 구름 속에 있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사진172〉 중국 양사오문화 그릇 디자인과 다른 점은 가운데 들판 천문을 따로 그리지 않고 그릇 아가리를 천문(天門)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 또한 중국과 한국 그릇 디자인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