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한지에서 '한지 뜨기 체험'을 하고 있다.
홍성식
안동한지에선 한지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한지 뜨기 체험'을 비롯해 닥종이 인형 만들기, 한지 무드등 만들기, 한지 천연 염색 등을 직접 해볼 수 있다.
이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한지 뜨기. 한지 뜨기란 일정 과정을 거쳐 물에 섞여 죽처럼 된 닥나무 반죽을 나무로 된 발 위에 고르게 펴 올려 종이의 형태를 만드는 것.
20~30년 경력의 숙련된 기술자가 돼야 실수 없이 할 수 있다. 하지만, 뜨기를 거쳐 말린 종이가 다소 거칠고 두껍더라도 자신이 만든 '한지 한 장'을 가질 수 있다는 흐뭇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 체험 비용도 3천원으로 비교적 저렴하다.
한복을 차려 입고 산책을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준다면 나는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음식은 개개의 인간을 유추할 수 있는 주요한 수단이기에 백번 수긍할 수 있는 문장이다. 이와 마찬가지다.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그 사람의 사회적 위치와 취향, 타자와의 관계까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인의 대부분이 한복을 입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루마기, 대님, 저고리, 버선 등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세월의 흐름 속에 지난 시대의 생활문화가 속절없이 잊히고 있는 것. 일단 주위를 돌아보자. 요즘은 명절이나 제삿날에도 한복을 입은 사람을 보기가 쉽지 않다.
안동시 민속촌길에는 몇 채의 예스러운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안동반가 체험장도 거기에 있다. 주요 체험 프로그램 중 하나가 전문 강사의 도움 아래 격식에 맞춰 한복을 입어보는 것이다.
저고리와 바지는 물론, 허리에 두르는 장신구와 한복에 맞춤한 신발까지 제대로 갖춰 입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시대 안동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준비된 갓까지 쓰고 댓돌 아래로 내려섰다.
"체험을 제대로 즐기는 분들은 400년 전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 오는 월영교와 민속촌, 인근 예움터 한자마을에서 한복 입은 멋지고 예쁜 모습을 '인증샷'으로 남긴다"는 것이 김은혜 체험팀장의 설명.
비가 내린 탓에 그렇게까지는 못했지만 날렵하고 미려한 한옥 처마 아래서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며 남기는 사진 한 장도 나쁘지 않았다. 좋지 못한 날씨임에도 대만에서 방문한 여행객 20여 명이 안동반가 체험장을 바쁘게 오갔다.
한복 체험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은 성인은 물론 부모의 손을 잡고 안동을 찾은 '꼬마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높다"고 김 팀장은 말했다. 하기야 어떤 아이가 신기해 보이는 예쁜 옷을 입고 엄마 앞에서 애교 가득한 포즈를 취하는 걸 싫어할까?
고추장과 가양주를 만들어 집으로
안동에선 고추장 만들기, 가양주 빚기, 목판 인쇄, 전통 활쏘기 등의 체험도 가능하다. 각각의 프로그램마다 강사가 배정돼 개별 체험에 관한 설명을 들려주고, 진행 과정이 매끄럽도록 도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