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12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며 300개의 의자에 헌화를 하는 '빈의자에 새긴 약속' 퍼포먼스가 진행 되고 있다.
이희훈
아베 신조 총리도 공식 부인하지는 못하는 '위안부' 문제의 '스탠다드'가 있다. 1994년 고노 관방장관의 '고노 담화'다. 이 담화는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런 경우에도 감언·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시인했다. 이것이 일본 정부가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공식 입장이다.
'일본이 고노담화를 공식적으로 깰 경우, 한일관계가 파국에 다다르고 한미일 삼각동맹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가 이 담화를 깨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베 신조는 '그런 게 아닌데...'라면서도 고노담화를 공식적으로 깨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일본이 현재 공유하는 '위안부' 문제의 '스탠다드'는 고노담화다. 류석춘 교수를 비롯한 한국 뉴라이트는 이 같은 국제 표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일본군과 일본 정부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변호해준다. 또 이들은 고노 담화가 아니라 엉뚱한 '이영훈 말씀'을 거론하고 있다.
류석춘 교수 강의의 문제점은 또 있다. 스스로의 주체적 결단에 따라 자신의 시련을 세상에 고발한 피해자들을, 남한테 조종당하는 타율적 인간으로 폄하했다. 인신공격에 가까운 행동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류 교수는 '외부세력이 부추기지 않았다면 위안부 피해자들이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같은 외부세력이 가세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들이 공개 활동을 하지 못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그의 말은 이렇다.
"이른바 정대협이 끼어들어 와서 할머니들 모아다 놓고 교육하는 거다. 정대협 없었으면 그분들 흩어져서 각자 삶을 살았을 거다. 과거 삶을 떠벌리지 않았을 거다. 지금은 일종의 떠벌리는 거다. 텔레비전 나와서 떠들고 있잖아요."
피해 할머니들을 '텔레비전 나와서 과거를 떠벌리는 사람들'로 폄하한 것이다. 류 교수는 할머니들의 증언이 단순히 떠벌리는 차원을 넘어서, 거짓을 말하는 단계까지 도달해 있다고 주장한다. 정대협의 세뇌로 그런 결과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일제가 끝난 직후에는 쥐 죽은 듯이 돌아와서 살던 분들이다. 그런데 정대협이 끼어서 '국가적으로 너희가 피해자'라고 해서 서로의 기억을 새로 포맷했다."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이 새로 포맷된 기억, 조작된 기억에서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마디로, 얼토당토않은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류석춘 교수의 악담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았다. 할머니들이 북한 추종자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색깔론까지 끄집어냈다.
"정대협 핵심 간부들이 통진당 간부들이다. 정대협은 정말 순수하게 '위안부' 할머니들 위하는 단체 아니고, 대한민국 망가트리려는 단체다. 그 단체가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크다. 통진당의 이석기 같은 인간은 북한 앞잡이다. 북한 추종하는 사람들이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 청년들 의협심에 불 지르려고 정신대문제협의회란 단체 만들어서 '위안부' 할머니들 이용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아시아·태평양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일본제국주의의 폭압을 최일선에서 견뎌낸 이들이다. 그런 피해자들을 상대로 류 교수는 비인간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자신의 시련을 세상과 공유하고 정당한 배상과 사과를 받으려는 피해자들을 상대로 '돈을 벌려고 자의반 타의반으로 매춘부가 됐다'느니 '북한 추종자들을 매개로 북한과 연계됐다'느니 하는 발언을 늘어놓았다. 레드 콤플렉스, 빨갱이론을 갖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입을 막으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 뒤에 그는 '아름다운 한마디'로 상황을 누그러트리려는 듯했다.
"일본보다 잘사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더 자유롭고 더 풍요롭고 더 창의 넘치는 세계 최고 국가가 됐으면 좋겠다."
이 땅의 피해자들인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서 악담을 내뱉는 사람의 입에서 '아름다운 희망사항'이 나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