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은 2016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할 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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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외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부르짖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의 미국이 전성기가 아님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금은 '위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외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국의 국력이 '위대'하지 않다는 점은 병력 규모에서도 드러난다. 첨단 무기로 전쟁하는 시대이므로, 병력 규모가 예전 같은 중요성을 가질 수는 없다. 병력이 군사력의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병력은 여전히 국력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바로 이 핵심 지표에서 미국의 국력 약화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국 국방부가 발간한 <2018 국방백서>에 따르면, 2018년 현재의 미국 총 병력은 134만 8400명이다. 이는 59만 9000여 명인 한국군과 90만 명인 러시아군보다는 '위대'하지만, 203만 5000명인 중국군보다는 '위대'하지 않다. 128만여 명인 북한군보다는 '약간 위대'한 편이다. 병력만 놓고 보면 미군은 세계 최고가 아니다.
지금의 미군 병력은 중국군에 뒤질 뿐만 아니라 전성기의 자국 병력에도 한참 못 미친다. 소련이 해체되기 직전인 1990년 8월에 미군 병력은 210만이었다. 1990년 8월 4일자 <한겨레신문>은 워싱턴 특파원발 기사에서 <뉴욕타임스>를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 국방부가 소련군이 동유럽에서 철수한 상황을 전제로 한, 이른바 탈냉전 시대의 미 국방 전략을 마련했다고 전하고, 이 방안에 따르면 미국은 90년대 중반에 가서 미국의 병력 수준을 현재의 2백 10만 명에서 약 25%인 50만 명을 감축할 것이라고 전했다."
1990년만 해도, 중국이 지금처럼 강해지리라고 예상하기 힘들었다. 이때만 해도, 미군 50만 명을 감축해도 미국의 군사 패권 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측됐던 것이다.
냉전구도가 와해되는 제2차 탈냉전이 1990년을 전후해 시작됐다면, 그것의 원조인 제1차 탈냉전은 1970년을 전후해서 시작됐다. 이 시기에도 미국은 병력 감축을 추진했다.
1970년 6월 4일자 <경향신문>은 "레어드 미 국방장관은 3일, 앞으로 미국은 병력 1백 만을 감축하여 2백 50만 선의 군사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면서 "월남전 절정기에 3백 50만에 달했던 미군 병력이 2백 50만선으로, 1백만 명을 감축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는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베트남전(월남전) 절정기인 1960년대 후반에는 미군 병력이 350만에 육박했던 것이다.
한국전쟁 1년 전이자 미국의 세계 최강 등극 4년 뒤인 1949년에도, 미국은 현재보다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1949년 8월 20일자 <경향신문>은 "미 국방성 발표를 보면 미군의 총 병력은 7월 1일 현재 백육십만이며 평화시의 군비체제론 과다하지만, 소련이 붉은 군대 이백 사단 이상을 가지고 동·서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때, 미(美)의 병력은 오히려 부족감이 있다"고 보도했다.
참고로, 그 당시 미국 육군성이 주장하는 소련군 병력은 약 300만 명이었다. 미국이 소련의 위협을 과장하느라 숫자를 부풀렸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이 현재의 미군 병력은 두 차례의 탈냉전 때보다 적을 뿐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 직후보다도 적다. 미국의 군사력이 예전보다 약해졌다고 볼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트럼프의 위험한 미국 우선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