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월담' 리조 대표 "움직이는 건 곧 '살아있음'이다. 세포, 액체, 장기, 뼈, 근육 등 몸의 구성요소들이 움직이는 한 몸은, 존재는 변화하고, 회복하고, 살아있다"
권우성
만약 건축가가 파쿠르를 경험한다면
- 리조의 야망은 무엇인가?
"나는 야망에 어울리는 사람이 아니다(웃음). 일차적인 고민은 어떻게 하면 내 몸이 지속가능한 일을 만들 수 있을까다. 앞으로의 바람 혹은 미션도 내 몸과 내 협력자들의 몸이 솔직해질 수 있고, 그걸 통해 일이 지속가능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 그 일은 '직업(job)'을 말하는 건가?
"작업, 직장 다 아우른다. 지속가능한 일터는 몇 년째 학계, 산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화두인데, 서서 일할 수 있는 책상과 모니터 스탠드를 들여놓고는 별 진전이 없다. 몸에 대한 탐구가 바탕이 돼야 하고, 실천적 상상력, 실험이 계속 일어나야 한다.
예를 들어 다양한 자세 변화와 움직임을 촉진하거나 바이오리듬을 존중할 수 있는 업무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는 것, 목과 상체를 경직되게 하고 호흡과 소화를 방해하는 회의 방식의 변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 건축가, 관료들이 파쿠르를 경험한다면 공간 디자인이나 도시 설계가 어떻게 달라질까 또한 상상해본다. 사람의 몸과 놀이를 더 고려한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움직이는 건 곧 '살아있음'이다. 세포, 액체, 장기, 뼈, 근육 등 몸의 구성요소들이 움직이는 한 몸은, 존재는 변화하고, 회복하고, 살아있다. 사람 몸이 여러 변화에 대응하고 회복하는 본연의 능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장려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한다. 그게 내 비전이 아닐까. 디자인적으로, 공학적으로, 문화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 여러 공부와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그것을 변화의 월담 교육장에서 차차 풀어나갈 것이다."
-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당신 몸은 항상 옳다고 말하고 싶다. 몸으로 아는 것, 피부로 느끼는 앎. 그게 가장 확실한 형태의 '앎'인 것 같다. 가끔 머리는 몰라도 몸은 먼저 아는 것들이 있다. 몸은 늘 신호를 보낸다. 아프다거나 경직된다거나, 호흡이 희미해진다거나, 힘을 받는다거나, 몸이 신기하게 흐르는 느낌이라거나 등.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 어떻게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일까?
"여유가 필요하다. 그 여유는 물리적인 시간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그걸 또 초월할 수 있는 '관계'에서 나온다.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사람'에 대한 사랑이 순환하는 관계. 종종 자신 스스로를 먼저 사랑하라고들 이야기하지만, 사랑을 받아야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도 알게 된다고 생각한다. 관계를 통해 다양한 형태와 방식의 사랑을 배워갈 수 있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도 궁금하다.
"8월에 여러 활동이 있다. 2030 활동가들이 몸의 움직임과 언어로 꾸리는 청소년 페미니스트 캠프, 발달장애청소년들과 부모님들과 함께 하는 워크숍,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작품 주제들과 관련해 몸으로 하는 워크숍을 같이 해 보기로 했다. 예를 들면 디지털과 여성의 몸이 주제라면, 그걸 주제로 몸을 움직이고 대화를 나누는 세션을 꾸리게 될 것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전파하기보다는 다양한 몸들의 이야기들이 모여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들을 '파쿠르 하는 여성들'이라 명명하고 싶지는 않다.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는 여자라는 이미지로 소비시키고 싶지 않았다. 한 문장으로 정리될 수 있는 이야기는 얼마나 쉽고, 또 그만큼 위험한가. 보다 정확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우리는 서면으로, 영상통화로 다시 만났다. 해외에서도 인터뷰를 위해 기꺼이 여러 번 시간을 내준 리조 대표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움직이는 여자들을 상상해 본다. 지난 주말에 한 조기 축구 때문에 무릎에 상처가 난 여자, 파쿠르를 배우다 팔에 시퍼렇게 멍이 든 여자, 겨드랑이 털을 기른 여자, 커다란 핑크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도심 속을 달리는 장면을. 리조의 말대로 페미니스트들이 몸을 움직이는 법을 즐겼더라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좋은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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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와 관료들이 파쿠르를 한다면? 이런 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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