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화폐영정화가 이종상 화백(우)과 김영종 종로구청장(좌)
종로구청
이후 서울대학교 회화과에 진학한 그는 대학 재학 중에 국전에서 연이어 특선 3회 수상을 거머쥐고, 신인예술상 최고특상을 받은 데 이어, 대학 졸업과 동시에 국전 최연소 추천작가가 되었을 정도로 빠른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학교 수업을 들으면서 서양화에 젖어 있던 자신의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동양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싹튼 남다른 역사의식은 4·19혁명에 앞장서면서 더욱 굳건해진다.
유도부로 활동했던 그는 체격이 작고 약한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문리대 시위대의 선봉에 선다. 경찰과 맨몸으로 맞섰던 그는 경무대 앞에서 오른쪽 종아리에 총알이 스치는 사고를 입고 민가로 피하지만, 발각돼 서울 종로경찰서에 연행되고야 만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 성명이 발표되면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저를 설명하려면 평론가들은 '최초'라는 말을 참 많이 써야할 거예요. 심사위원이 전부 바뀌고도 연속 3년 동안 특선을 했으니까요. 사실 특선을 바라고 작품을 낸 건 아니었어요. 저는 노동자들을 그렸거든요. 지금은 민중작가라고들 하지만, 그때는 사회주의 사실작가라고 했죠. 한 번 빨갱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중앙정보부에 끌려갈 정도로, 아주 살벌한 시대였어요. 작품을 통해 혁명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대장간을 그렸죠. 무뎌진 연장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우고, 오랜 쇠붙이를 두들겨 새로운 낫이나 호미를 만드는 대장간처럼, 민주화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는 혁명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었거든요."
그는 이후에도 혁명을 은유적으로 암시하는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면서, 작품을 통해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담아내게 된다. 또한 대학시절 건축 공부에 남다른 관심을 쏟았던 그는 60년대부터 고구려벽화를 연구하면서 조선 후기 초상화법인 육리문(肉理紋)법을 익히기도 했다. 육리문법은 우리 고유의 정통 초상기법으로 섬세한 인물 묘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의 내면에 자리한 인품과 정신적 기품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남다른 선견지명으로 고구려벽화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으나, 그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고구려 문화를 예찬하는 것만으로도 북한 정권을 찬양하는 행위로 오인 받던 시절이었다. 자칫하면 작품 활동이 위태로워짐은 물론이고, 신변의 안전마저도 위협받기 십상이었다. 그 역시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주의 작가로 몰려 가택수색을 당했음은 물론이고, 고문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대통령이나 국회위원은 임기가 5년이지만, 화가는 임기가 없어요. 우리는 수십 년을 내다보고 그림을 그리는 거거든요. 60년대부터 '중국의 유교 장막 속에 들어있는 고구려벽화를 어떻게 하면 좋을꼬.' 하고 고민을 했죠. 고구려벽화는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에 대해서 왜 다루어지지 않는지 늘 의문을 갖고 있었어요. 그때는 학교에 다닐 때니까 선생님들께 고구려벽화에 대해 묻곤 했는데, 그저 혼내기만 하시는 거예요. 고흐 작품에 대해서는 입에 거품을 물고 이야기하면서 말이죠.
자아준거적 식민 근성이라고 봐야죠.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스스로 식민지를 자처하는 거예요. 저는 우리문화 지키기 NGO 운동을 하면서 논문도 발표했어요. 86년도에 <한국민족문화의원총>이라는 책이 출판되는데, 해방되고 나서 33년 후에 각계각층의 좋은 논문을 선정해 제작한 책이에요. 거기에 고구려벽화 논문이 뽑혀서 들어가 있어요. 고구려벽화의 재료기법에 대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학교 때 들었던 건축과 수업이 도움이 많이 됐죠."
(2편으로 이어집니다)(http://omn.kr/1k6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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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화가의 그림을 소장하지 않은 사람, 한국인 중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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