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Biruni 지도, 1238년
영국 국립도서관
전체적인 구도가 앞서 본 다른 이슬람 지도와는 확실히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메카가 중심이 아니라 중앙아시아가 중심이고 페르시아가 강조되어 있다. 아프로 유라시아(아프리카와 유라시아) 대륙이 하나로 연결된 땅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중국, 인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 많은 면적을 배분하였다. 아프리카(아래 쪽에 달의 산 Mountains of the Moon)가 상당히 작고 그 주위에 넓은 바다가 펼쳐져 있다. 남반부를 거의 바다가 점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는 당시 유럽과 이슬람을 통틀어 특이한 세계상으로서 강리도와 가장 잘 호응한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남단은 사각형으로 그려져 있다. 박현희에 의하면 그 후 알 비루니의 지도 유형을 필사한 지도들에서는 아프리카 남단이 아래로 뾰족해진다고 한다. 박현희의 설명을 들어보자.
"강리도 아프리카 대륙의 삼각형 형태가 지도역사가들 사이에 흥분을 불러 일으킨 까닭은 이 지도가 서양이 아니라 동아시아에서 그려졌기 때문이다… 하나의 가능한 설명으로는, 당시의 원형 아랍 지도를 중국 지도 제작가들이 네모 안에 수직으로 반듯이 펴넣으면서 아프리카의 역삼각형 형태가 나왔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있다. 이를테면 초기의 다른 아랍지도에는 아프리카가 다른 형태로 그려져 있었다. 알 비루니 지도의 필사본은 아프리카를 끝이 뾰족한 형태로 묘사한다."
알 비루니의 지도가 강리도 아프리카지도의 원천이 되었을 수 있다는 착상은 매우 흥미롭다. 그런데 이 논문에는 알 비루니 유형의 지도 실물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무척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 서적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 저곳 검색해 보니 세계고지도 박물관이라 할 수 있는 'myoldmaps.com'에 들어 있다. 이란 정부가 공개한 고지도 자료에서 따온 것으로 알 비루니 지도 유형의 필사본이라 한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떤 지도를 필사했는지 등의 정보는 실려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