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미 감독의 다큐 '다행이네요'
김송미
이 영화는 괜찮지 않은 청년들이 괜찮아지기 위해서 프로젝트 마을인 '괜찮아마을'에서 6주 동안 지내는 모습을 촬영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인생의 큰 고비에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청년들이 대안 마을에서 나름의 길을 찾는 모습을 촬영하며, 김 감독은 어떻게 해야 괜찮아질 수 있는지 함께 답을 찾았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그들이 찾아낸 답은 '말'이었다. 내 스스로를 인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의 인정도 필요하다는 것. 그 두 가지가 잘 맞물려야 사람은 건강하게 작동된다는 것을 배웠다는 김 감독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결국 괜찮아진다는 건,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정 속에서 자신의 가치에 납득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가는 것. 설사 그 길이 세상이 말하는 번듯한 탄탄대로가 아니어도 말이다.
길을 찾기 위해 모였다가 더 중요한 것,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다시 돌아온 현실.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고 해서 삶이 마법처럼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다큐 감독이라는 이상과 영상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김 감독은 주눅 들지 않고 무게중심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다 가는 길, 혹은 크고 화려한 길이 아닌, 일상의 작은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를 잃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괜찮다"라는 말이 싫을지 몰라도 그녀는 꽤 괜찮아 보였다.
30대에 행복이라 생각했던 것들
6월 중순, 외부에서 청탁을 받아 김 감독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30대에는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으면 그게 행복인 줄 알았다. 또 남들이 사는 만큼, 사는 대로 사는 게 안전한 줄 알았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서 목표도 달성하고 승진도 했다. 하지만 삶에 늘 그런 순간만 있는 건 아니다. 목표를 달성해도 기쁨은 그때뿐, 이내 이걸 하려고 그렇게 애쓰며 살았나 싶어서 공허해졌다.
열심히 살다가 강제로 브레이크가 걸려 백수가 되거나 연애도 결혼도 생각대로 안 풀릴 때에는 더 최악이었다. 그런 처지를 견뎌낼 마음의 힘이 없었다. 목표 달성이 행복이라고 착각하고 살았으니 그 목표에 배신당하고 굴러 떨어질 때면 나를 사랑할 어떤 이유도 찾지 못했던 것이다.
명함이 없으면 초라했고, 이력서를 냈는데 아무 데에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나 자신이 쓸모가 폐기된 존재로 전락한 것 같았다. 통장의 잔고가 '0'을 향해 갈 때는 내 자존감도 곤궁해졌다. 작은 말 한 마디에도 상처받고, 풀어내지 못한 상처는 늘 두 가지 나쁜 방향으로 향했다. 무리해서 더 열심히 하거나, 무기력해지거나.
나를 못 마땅해하고, 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수준이 되도록 늘 다그쳤다. 그러나 그게 어디 쉬운가. 안 되면 안 된다고 미워하고, 자기 연민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돌아보면, 30대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 야단치고 싶다. 너는 왜 너의 가치를 그렇게 사랑하지 않고 업신여겼느냐고.
영화를 찍고 나서 김 감독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했다. 가장 큰 외적 변화라면 자신만의 작업실을 만든 것이라고 한다.
"저 스스로 괜찮아야 누군가에게도 괜찮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이 조금이라도 생기지 않을까요. 아무리 존경스러운 삶이라 하더라도 너무 힘들게 살면 공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살아도 잘 먹고 잘 산답니다' 해야 제가 갖고 있는 가치가 더 오래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업실 벽 군데군데 붙어 있는 메모에 그녀의 싱그러운 결기가 가득했다. 자신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시작한 30대 초반의 그녀는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아, 나도 30대 때 이걸 알았다면, 좋았을 걸.'
내게 주어진 일상을 쓸고 닦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