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가 초이스샵에서 판매되고 있는 위생팬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성호
충격은 공감으로 바뀌었고, 또 창업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는 "갑작스럽게 월경이 터졌을 때 휴지를 쓸 때가 있는데, 그런 경험이 반복될 경우 제가 느낄 자괴감이 떠올랐다"며 "이게 계기가 돼서 여성월경에 대해 깊숙하게 들여다보면서 창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가 2016년 3월 회사 설립 당시 구상했던 사업 방식은 탐스슈즈와 같은 1+1 모델이었다. 탐스슈즈는 소비자가 한 켤레의 신발을 구입하면 한 켤레의 신발을 제3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신발업체다. 이지앤모어도 생리대와 월경 중 함께 쓰면 좋은 섬유향수 등을 포함한 패키지 상자를 꾸리고, 여성들이 이를 구입하면 한 달분의 생리대가 들어 있는 상자를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 안 대표는 "지속 가능한 생리대 지원 방안을 고민하다가 소비자가 월경용품 한 상자를 구입하면 한 달분의 생리대가 기부되는 1+1 형태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안 대표는 이지앤모어 소비자들이 여러 월경용품이 든 상자가 아닌 생리대 등 개별상품 구입을 원한다는 것을 파악하고, 포인트형 기부를 고안해냈다. 소비자가 구입하는 제품 가격의 일부를 포인트로 바꾸고, 이를 모아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월경용품 상자를 기부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된 것. 이후 매출은 더욱 상승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지앤모어는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처음에는 모두 똑같은 제품을 기부하다가 지원 받는 학생들이 직접 월경용품을 고를 수 있는 '초이스샵'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고객에게는 월경용품을 선택해 구입하라고 하면서 저소득층 아이들에게는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창업을 하고 1년 뒤에 수혜 아이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월경용품 상자가 정말 너희들의 월경을 해결해줄 수 있는 제품들로 구성돼 있냐'고 물어본 거죠. 그런데 어떤 아이는 중형 생리대가, 또 어떤 아이는 대형 생리대가 더 필요하다고 하는 등 답이 다 달라서 통계를 낼 수 없을 정도였어요. 그래서 초이스샵을 개설하게 된 거죠."
이지앤모어가 초이스샵을 통해 기부를 진행하면서, 지원 받는 학생들의 만족도도 더 높아졌다. 2017년 생리대 유해성 논란이 불거진 뒤 생리대 가격이 2~3배 뛰자 저소득층 아이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이 걱정돼 초이스샵에 유기농 제품들을 더 많이 넣었다.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
안 대표는 "많은 아이들이 유기농 생리대를 좋아했다, 아이들도 건강한 생리대를 쓰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4개월에 한 번씩 쌓여 있던 포인트를 지원 받고 이를 월경컵이나 탐폰, 위생팬티 구입 등에 활용한다. 이지앤모어는 현재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밀알복지재단과 협약을 맺고 청소년 가운데 월경용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차상위계층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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