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글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있는 강병인 멋글씨예술가
강병인글씨연구소
강병인 서예가가 붓을 드는 순간은 오랜 사유가 끝난 이후다. 그 위에 비로소 글자들은 종이 위에 알알이 맺힌다. 때로는 계절의 옷을 입고, 향기를 내뿜는가 하면, 넘치는 흥을 주체하다 못해 살아 움직이는 글자들은 이러한 산고의 시간 속에서 탄생되었다.
영혼을 담아 쓴 글씨로 한글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후학 양성을 통해 한글디자인의 발전에 기여해온 그를 '세종의 한글 정신을 잇는 이들이 꿈꾸는 터'라고 명명한 서촌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과거의 유산을 현재에 되살리다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마포중앙도서관에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전시 <독립열사 말씀, 글씨로 보다>는 오랜 역사에서 길어낸 명문(名文)의 의미를 현재에 되살리기 위해 힘써온 그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이 뜻 깊은 행보는 시간을 거슬러 지난 2014년부터 닻을 올렸다. 상암동 부엉이근린공원 내 구 일본군관사에서 열린 8·15 광복 69주년 기념 특별전 <독립열사의 말씀 강병인의 글씨로 보다>를 통해서였다.
"독립열사 말씀을 써서 전시를 하면, 일본군 관사에 잔존해있는 불온한 기운을 다 빼내고, 새로운 정기를 불어넣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찾아뵐 수 있는 독립열사 묘를 찾아가서 참배하기도 했고, 독립 열사 한분 한분의 삶과 정신, 말씀이 쓰인 시대적 배경을 연구하면서 써내려갔죠. 그 다음해, 광복 70주년에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옥사 내에서 전시를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