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비전을 제시해온 이어령 선생
종로문화재단
올 1월, 한 매체를 통해 갑작스럽게 전해진 이어령 선생의 암 투병 소식에 대중들은 함께 안타까워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보다 한 발짝 먼저 내다보고, 늘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주었던 참어른의 부재를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던 까닭이었다. 강연과 글을 통해 많은 어록을 남긴 그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꼭 기억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가르침이 무엇인가 물었다.
라틴어로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셀레브TV에서도 언급해 화제가 된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는 죽어요"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하는 이야기였다. 이 한 문장은 단순한 클릭만으로 끝나지 않고,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자기 앞의 생을 내다보게 하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기에 충분했다. 인생 대선배가 전하는 이야기 속에는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삶의 진리가 담겨 있었다.
"허망한 이야기야. 젊은이는 늙고, 늙은이가 죽는 거 누가 몰라? 지나가는 사람한테 물어봐도 다 아는 이야기야. 왜 당연한 소리를 했는데 영상 조회 수가 50만 건을 넘겼겠어.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이야기하니까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거지.
새 생명이 태어나면 축하한다고 하지만, 걔 어떻게 될 거야? 또 하나의 죽음이 생긴 거잖아. 사실 울어야지. 사람들은 박수치고 좋다고 웃고 그러는데 애는 울면서 태어나잖아. 애가 똑똑하다니까. 태어날 때 나는 울고, 남들은 다 웃었어. 탄생을 환영해준 거야. 죽을 때 '이만큼 잘 살았으니 됐다' 하고 나는 웃고, 주변 사람들이 다 슬퍼해. 이게 인간 최대의 가치야. 그게 바로 메멘토 모리에요.
그런데 그게 반대로 된 세상이니 큰일이라는 이야기지. 사람들이 죽음을 잊고, 젊음을 잊어버린 시대 속에 살잖아. 요즘은 나는 웃고 태어나는데 남들은 왜 태어났냐고 그래서 저 출산이야. 내가 웃고 태어날 때 남들이 울고, 내가 슬퍼하면서 죽어갈 때 남들이 잘 죽었다고 박수치면 최악이라는 거야. 인생 복잡하게 살지 말아요. 이게 내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예요."
투병중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또렷한 어조로 이어간 이야기 속에는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할 화두가 담겨져 있었다. 결코 가볍게 소비되거나 잊힐 수 없는 그의 말과 글은 유효기간 없는 가르침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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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죽을 때 난 웃고 남들이 울어야 해, 그렇게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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