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기념일을 맞아 대전지역 53개 단체로 구성된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은 19일 오전 대전 서구 도마동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재대는 이승만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시각 길 건너편에서는 보수단체, 이른 바 '태극기 부대'들이 맞불 집회를 열었다. 사진은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는 보수단체 회원들의 모습.
오마이뉴스 장재완
4.19혁명기념일을 맞아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배재대학교에 서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반대하는 보수단체들도 태극기를 들고 나타나 '맞불집회'를 열었다.
대전지역 53개 단체로 구성된 '이승만동상철거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19일 오전 대전 서구 도마동 배재대학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백만 민간인 학살 책임자 이승만의 동상을 즉각 철거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동행동이 기자회견을 예고한 11시보다 앞선 10시 30분 보수단체 회원들은 이미 길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맞불 집회를 시작했다.
이후 보수단체 회원들과 공동행동 회원들은 서로 목소리를 높이며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욕설이 오가며 충돌 위기까지 치달았으나 경찰과 다른 회원들의 만류로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공동행동 측을 향해 욕설을 쏟아 부었다. 이들은 "이게 나라냐, 이 XX들아", "양심도 없는 것들", "너희 같은 쓰레기들은 북에 가져다 버려야 한다"는 등의 험한 말을 쏟아냈다.
이들은 한 손에는 태극기를 든 채 이승만 동상과는 관계없는 '박근혜 대통령은 억울하다', '사기 재판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갇혔다', '문재인은 나라를 이 모양 만들었다', '김경수는 내보내 주면서 왜 박근혜 대통령은 가줘 두느냐'는 등 정치적 발언을 쏟아 냈다.
오전 11시가 되자 공동행동 주최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이에 보수단체들은 스피커의 볼륨을 더 올려 구호를 외치는 등의 맞불집회를 이어갔다.
공동행동 발언자로 나선 박해룡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은 "오늘은 1960년 4월 19일 대학교수들과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이승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날"이라며 "이승만은 친일 부역자들을 권력의 하수인으로 삼아 독립운동가들과 양심적 정치지도자들을 고문하고 탄압했고, 심지어 암살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지금까지 우리사회는 건전한 상식과 양심, 그리고 사회정의보다는 눈치와 아부로 개인의 부귀영화만을 위한 온갖 부정과 사기가 당연시되어 왔다"면서 "배재대학교는 대체 이런 인물의 동상을 세워 놓고 학생들에게 무얼 배우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한 강영미 대전참교육학부모회 대표도 "이미 역사적 평가가 끝난 인물의 동상을 세워 놓고 우상화하는 것은 4.19민주이념을 계승하는 헌법정신을 유린하는 것이며, 수차례 이승만 동상 철거를 요구해왔던 학생과 대전시민들을 우롱하는 참으로 비교육적인 처사"라면서 "비록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는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 전국의 이승만 동상은 모조리 철거되어야 하고, 현충원에 있는 이승만 묘소도 당장 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재대학교 졸업생도 발언에 나섰다. 2008년 배재대 졸업생이라고 밝힌 김상기 배재대민주동문회 회원은 "배재대학교는 자랑할 인물이 그렇게도 없어서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승만의 동상을 세워 놓고 그를 기념하려 하고 있느냐"며 "이는 학교를 빛내는 게 아니라 먹칠하는 짓이다. 학생들이 동상 앞을 지나가면서 침을 뱉고 있는데, 왜 철거하지 않느냐"고 분개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서도 "배재대학교는 우리나라 근대교육의 선구적 역할을 한 대한민국 최초 사랍학교인 배재학당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따라서 배재대학교는 배재인만의 자랑이 아닌 우리 대전시민 모두의 자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러하기에 우리는 배재인의 수치이자 대전시민의 수치인 저 독재자 이승만의 동상을 하루빨리 치워 주길 바란다"면서 "3.1혁명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용기 있는 결단으로 대전시민에게 큰 의미있는 선물을 안겨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