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여인. 아침 조깅할 때 보던 벽화 중 하나.
차노휘
1. 점점 편해지는 물속
조나단이 아니라 줄리아의 교육생이 되었다. 전날 내가 부탁을 했다. 물속에서 자신감을 찾을 때까지 선생님이 저를 담당해줬으면 좋겠다고. 그녀는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웠고 섬세했다. 그녀와 함께 다이빙 횟수를 늘렸다. 웨이트는 9kg에서 7kg까지 줄였다.
지금 웨이트가 적정한지 그렇지않은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다. 장비를 착용하고 수면에 서서 BCD 공기를 뺀 뒤 숨을 참는다. 몸이 오르락내리락 하면서 멈출 때가 있다. 그때 눈높이와 수면이 같으면 적정 무게이다. 몸이 가라앉으면 오버웨이트이다. 코나 입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 웨이트를 늘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몸무게 10%가 적정 웨이트이다. 오버웨이트를 하고도 교육생들은 의외로 '붕붕' 잘 뜬다. 웨이트를 제외한 모든 장비에 부력이 있기 때문이다. 웨이트가 줄어간다는 것은 호흡으로 부력을 조절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덩달아 공기 소모량도 적어진다.
그녀와는 물속에서 계속 기술을 익혀갔다. 보조호흡기를 사용하여 공기 나눠 사용하는 방법, 호흡만으로 중성부력을 맞추는 호버링(Hovering) 연습 등. 어드밴스 과정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오픈워터(기초)가 물속 적응이라면 어드밴스(기초심화)는 호버링과 같은 섬세한 중성부력을 익히는, 기술적인 측면에 더 중점을 둔다.
그녀의 세심한 손길은 변함이 없었다. 핀 상태, 웨이트, BCD 등. 뭔가 흐트러지면 움직여서 제자리로 돌려주었다. 호버링을 시도할 때 내 몸이 자꾸 뒤로 기울여졌다. 공기 벨트에 1kg을 달아서 무게 중심이 뒤쪽에 있었다. 그녀가 웨이트를 앞쪽으로 옮겨주어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오른쪽 핀 벨트가 풀려서 발차기가 자꾸 엇나간 적이 있었다. 그녀가 먼저 발견하고는 조여 주었다.
다이빙 횟수가 더해질수록 입으로 '어느 정도' 편하게 숨을 쉴 수가 있었다. 코를 잡지 않아도 되었다.
어제도 오늘도 다이빙을 하지만 매번 '지금'은 달랐다. 출수하면 벌써 다이빙이 끝났느냐고 되묻곤 했다. 그래봐야 고작 22분 정도였다. 어드밴스 마지막 과정으로 딥과 네비게이션 다이빙만을 남겨두었을 때는 홀가분함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교육이 끝나간다는 것이 두려웠다.
2. 다이브마스터 또는 마스터스쿠버 다이버?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는 다이브마스터(DM)가 될 계획이었다. 막연하게 다이빙을 잘하고 싶어서 결정했다. 두 달 정도 훈련하면 마칠 수 있다고 해서 그만큼 여유를 가지고 항공권을 구입했다.
막상 상담하고보니 내가 알던 것과는 달랐다. 순수하게 교육만 받는 것이 아니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나 5시까지 센터에 있어야 한다. 교육생들 교육 보조, 고객 관리, 뒷정리 및 이론 공부 등. 교육생들이 다이빙을 하러 가면 따라가서 거들어야 한다(그러다보면 정말 익히려고 하는 스페셜 티를 놓칠 수도 있겠지 싶었다).
트레이닝이기 때문에 강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마스터다이버 자격증은 협회에 소속된 강사가 교육과 자격 인증에 대한 주요 권한을 갖는다, 조나단과 줄리아가 이에 해당된다). 나는 망설였다. 내가 제일 힘든 것은 '관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