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독재경향을 우려>하며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한 김영삼김영삼은 1954년 제3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26세의 최연소 당선자가 되었다. 자유당 소속이었던 김영삼은 1956년 이승만의 삼선개헌 추진에 반발하여 야당의 길을 걷게 된다.
동아일보
박정희 군사정권에게 초산 테러까지 당하다
이러한 김영삼의 태도는 5.16쿠데타 직후에도 쿠데타 자체에 대한 강한 거부감 속에 공화당 창당 참여 요구를 거절하면서 야당의 길을 걷도록 만든다. 김영삼은 야당인 민정당 대변인으로 활약하면서 1963년 대선에서 박정희 후보에 맞서 야당 후보 윤보선의 대통령 당선 등을 위한 활동을 펼친다.
김영삼이 상도동에 정착한 것은 1969년 3월이었는데, 원내총무 시절이던 1969년 6월 업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 상도동 자택 입구에서 초산테러를 당한다. 상도동 집 입구 도로에서 옥신각신하는 쇼를 하던 3명의 괴청년이 김영삼이 탄 차량을 막은 후 초산을 들고 차량으로 돌진한 것이다.
초산은 살에 닿으면 순식간에 파고 들어가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는 위험한 물질이다. 다행히 차량 문을 잠궈 초산이 얼굴에 뿌려지는 끔찍한 일은 면했지만, 괴청년이 차량에 뿌린 초산은 차량 페인트를 다 녹아내리게 할 정도로 그 위력이 대단했다.
이 초산테러는 김영삼이 국회에서 박정희 정권의 3선개헌 음모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중앙정보부를 '국민의 원부(怨府)'라고 비판한 데 따른 중앙정보부의 보복차원에서 발생한 사건이었다. 실제로 당시 <국회 속기록>(제70회 제2차 국회본회의, 1969. 6. 13.) 속 김영삼의 발언을 보면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의 심기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본 의원은 이 3선개헌음모는 제2의 '쿠데타'다, 이렇게 단언하는 것입니다. 5.16쿠데타에 이어 다시 제2의 쿠데타다, 이렇게 단언하는 것입니다.
5.16 후에 소위 말하는 혁명정부에서 내놓은 책자에 보면 민주당정권이 수립되고 1주일 후부터 '쿠데타'를 하려는 음모를 꾸몄다고 나와 있습니다. 자기네들이 쓴 책 속에 있어요. 그렇다면 합헌적으로 수립된 민주당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정권욕에 사로잡혀서 했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소위 말하는 소위 혁명공약이라고 하는 것을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민정에 복귀해 가지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 스스로 자기 손으로 만든 헌법을 다시 고쳐서 대통령이 되겠다, 무서운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여러분…. 어떻게 자기 손으로 만든 그 헌법을 또 고쳐 가지고 대통령이 되겠다 합니까? 언어도단이에요. 다시 대통령이 되는 것이 아니라 종신 대통령이 되는 길을 터놓자는 것이에요.
4.19의 생생한 역사가 남아 있고 그 피가 지금 채 마르기도 전에 우리의 사랑하는 어린 동생들이 피 흘려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죽어 갔고, 그 피자욱이 아직 남아 있어! 그때 피해를 입은 우리의 젊은 청년들이 병원에서 아직까지 신음하고 있는 이 시간에 감히 이 생각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 말입니까? (중략)
중앙정보부는 우리 국민의 원부(怨府)요, 증오의 대상이요. 위로는 장관으로부터 밑의 말단 면서기에 이르기까지 공무원들은 물론 우리 국민들 전부가 중앙정보부 때문에 못살겠다는 거예요. 몸서리를 쳐! 이 뭐하는 데야요. 도대체 이 중앙정보부 때문에 친구들끼리 제대로 얘기도 하지 못해. 중앙정보부가 하는 일이 도대체 뭐예요. (중략)
야당사찰, 야당분열, 또 비위에 안 맞는 여당의원들도 마찬가지지만 전화도청, 언론탄압, 사전검열 요따위 짓만 하고 있다 말이야. 이 중앙정보부의 검은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말이야.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사법부, 입법부에까지 이 중앙정보부의 검은 손이 뻗치지 않는 곳이 없어. 이것이 고쳐지지 않는 한 이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야, 독재주의 국가지."
실제로 당시 중앙정보부장 김형욱은 자신이 즐겨 찾던 지금의 서울어린이대공원 자리에 있던 서울컨트리클럽(골프장)에서 우연히 만난 고흥문 당시 신민당 사무총장의 배를 손가락으로 푹 찌르면서 "김영삼이 배때기에는 칼이 안 들어가나!"라고 말했다고 한다(<김영삼 회고록1>, 281쪽).
김영삼이 초산테러의 직접적인 공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습관대로 항상 문을 안에서 잠그고 다녔기 때문이었다. 한손에 뭔가를 들고 자동차 문을 열려고 하는 괴한을 본 순간 테러를 직감한 김영삼은 "수류탄이다, 차를 빨리 몰아!"라고 소리쳤고, 운전기사도 급히 차를 몰아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수사본부까지 차리고 범인을 잡는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중앙정보부에서 벌인 일의 범인이 잡힐 리 만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