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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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자가 할아버지를 모든 면에서 빼닮은 것은 물론 아니다. 대조되는 면들도 있다. 지도자의 이미지라는 면에서도 그렇다. 외형적 이미지는 할아버지를 닮았지만, 이와 별도로 북한 국민들에게 비쳐지는 내면적 이미지 측면에서는 김일성과 다른 면모를 띠고 있다.
조선시대 군주들은 통치자인 동시에 철학자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경연이라는 세미나를 통해 성리학(유교 철학) 수양에 매진했다.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소크라테스가 "철학자들이 각국의 왕이 되지 않는 한, 또는 오늘날 왕이라고 불리고 통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진실로 또는 충실히 철학을 연마하지 않는 한, ······ 그 나라에는 불행이 그칠 날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대목을 연상케 하듯이, 조선시대 군주들은 성리학적 철학자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열심이었다.
김일성도 그랬다. 주체사상이라는 철학 체계를 수립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국민들이 볼 때 그는 정치가인 동시에 사상가였다. 그가 철학자적 면모를 보유했다는 점은 주체사상 이론가인 황장엽도 인정했다. 1997년에 남한으로 망명한 그는 2006년에 펴낸 <황장엽 회고록>에서, 1960년대 초반에 김일성의 아이디어를 토대로 주체사상을 정립하던 시기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김일성은 체계적인 고등교육을 받지 못해서 학술용어를 정확하게 쓸 줄 몰랐지만, 이론은 중시했다. 그리고 실천에 필요한 이론을 나름대로 구성할 수 있는 능력도 갖고 있었다."
김정은의 철학적 역량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앞으로 나이가 듦에 따라 어떻게 변모할지 확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렇다. 지금까지를 기준으로 할 때, 김정은은 하드웨어 측면(외모·말투)에서는 할아버지와 닮았다는 것을 입증했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철학적 역량 등)에선 아직 '물음표'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차이점이 이 정도에 그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소련과 중국의 지원을 받기는 했지만 새로운 나라를 세운 창업(創業)의 리더와, 혈통을 무기로 그 나라를 이어받은 수성(守成)의 리더는 천지 차이로 다를 수밖에 없다. 국내외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자기 혈통 중심으로 권력을 구축한 사람과, 형제나 친척들과만 경쟁하면 최고지도자가 될 수 있는 사람 사이에는 국가에 대한 지식이나 관점, 권력 획득 또는 위기 극복 방식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창업의 리더는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국가건설 과정을 다 지켜보고 참여하는 데 반해 수성의 리더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도 기회도 없으므로, 두 유형의 리더는 지식이나 관점 또는 역량 면에서 근본적 차이점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김일성과 김정은의 차이점을 찾다 보면 한도 끝도 없게 된다.
실상은 한도 끝도 없는 차이점이 있지만, 김정은은 외모나 말투뿐 아니라 노동당 중시나 공식 라인 의존 등을 통해 할아버지와 닮은꼴임을 증명하고 있다. 거기다가 할아버지가 했던 방식대로 열차를 타고 중국을 종단하며 베트남을 방문하는 모습까지 거의 비슷하게 연출하고 있다. 그렇게, 할아버지 닮은꼴임을 내세우며 그는 북미수교, 나아가 권력 안정의 길로 전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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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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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타고 베트남 간 김정은, 할아버지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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