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동면 갓골빵집에 아들 찬얼이와 함께 있는 류승아씨.
류승아
- 홍동으로 귀농한 이유가 궁금하다.
"2017년 4월 홍동으로 귀농했다. 큰 아이를 처음 임신을 했을 때, 아이를 어떻게 하면 잘 키울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다. 그때는 컴퓨터 관련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의 건강에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을 그만두고 태교에 전념했다. 아이가 태어난 이후,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살고 싶었다. 도시 근교에서는 불가능했다.
몇 해 전에 친구 중 한명이 영덕에서 열린 탈핵 집회에 참석했다가 홍성녹색당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 친구는 홍성녹생당은 젊은이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계층이 집회에 참여했고, 거기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그 친구와 함께 지난 2015년 홍성녹색당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홍성군 홍동면에 놀러 왔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귀농을 하게 되었다."
- 홍동으로 귀농한 후의 삶은 만족스러운 편인가.
"상당히 만족스럽다. 텃밭 수준이 아니라 밭을 빌려서 마음 것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좋다. 농사를 지으러 갈 때나 평소에도 자전거를 맘 놓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비록 시골이라서 자전거 길은 따로 없지만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아서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아이들도 학원에 내몰리지 않고 여유롭게 살고 있다.
중요한 게 또 있다. 도시에 살 때는 비닐에 과포장된 농산물을 사서 먹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내가 필요한 채소를 비닐 포장 없이 밭에서 바로 수확해 먹고 있다. 홍동은 지역 특성상 나와 성향이나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다. 말도 통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서로 위안이 되는 것 같다. 그런 점이 매우 만족스럽다."
- 농사의 재미에 푹 빠져 사신다고 들었다. 주로 어떤 농사를 짓고 있나.
"홍동에 귀농하기 전에도 용인에서 꾸준히 농사를 지은 경험이 있다. 전부터 농사가 참 즐거웠다. 용인에 살 때도 주말농장이나 텃밭을 가꾸며 살았다. 상추부터 시작해서 각종 채소 농사를 지었다."
- 용인에서는 어떤 일을 하며 살았나.
"돈 버는 일은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집회가 있을 때 마다 광화문에 나갔다. 지난 2014년부터 밥차 활동을 시작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에서 웹진을 만드는 역할을 잠깐 했다. 밥차에서는 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이나 차별 철폐를 위해 행동하는 장애인들의 행사나 집회 때 밥을 제공하고 있다. 용인에 살 때, 마을 엄마들에게 소문을 내서 집에 잠자고 있는 묵은지를 밥차에 가져다주기도 하고, 깍두기도 함께 담그고, 고기도 재워서 보냈다."
"밥차에 후원하며 살고 싶었는데, 꿈이 현실이 되다"
- 지금도 밥차에 직접 가꾸고 수확한 농산물을 후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시골에서 농사지어 밥차에 보내며 사는 게 꿈이라고 말했는데, 꿈이 현실이 되었다. 현재 밥차는 세 개가 운영되고 있다. 다른 세상을 꿈꾸는 밥차 '밥통', 십시일반 음식연대 '밥묵차', 평등 세상을 위한 '집밥'이다. 세 곳 모두 나와 인연이 있는 곳이다. 내가 직접 가꾸고 수확한 농산물을 세 곳에 나누어 보내고 있다. 지난해 수확한 양파 감자 고추 고구마 푸성귀 등의 농산을 대부분 밥차에 보냈다. 일단 밥차 측에 내가 수확한 농산물이 필요한지를 물었다.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그때 농산물을 보내곤 했다."
-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에서 운영위원을 맡고 있고, 환경에 대한 고민이 남다른 것 같다.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딱히 계기는 없다.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알려주는 환경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던 것 같다. 이를테면 절전을 위해 전기 콘센트를 뽑아야 한다든지, 설거지 할 때 밀가루로 설거지를 한다든지, 환경과 관련된 이야기를 들으면 엄마를 졸라서 함께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어려서부터 유난히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