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2대 교주 최시형 피체지 길목에 세워진 추모비와 장일순 선생의 글. 장일순 선생의 모심 사상(밑으로 기어라) 은 동학의 한울님에 뿌리를 두고 있다.동학 2대 교주 최시형 피체지 길목에 세워진 추모비와 장일순 선생의 글. 장일순 선생의 모심 사상(밑으로 기어라) 은 동학의 한울님에 뿌리를 두고 있다.
최장문
오랫동안 장일순을 연구하고 추모사업과 특히 『무위당 사람들』의 편집장으로 활동해온 김찬수 씨가 무위당의 서화와 강연ㆍ말씀 중에서 동학사상과 해월 선생 관련 내용을 정리하였다. 그중에서 몇 편을 소개한다.
"겨레에 대한 구원을 위해 수운 선생님이 무척 진력하셨고, 그 제자인 해월 선생이 37년 동안을 동학사상, 바로 天地人의 기본사상을 풀이하고 가셨기 때문에, 또 그거에 의해서 우리나라의 주권을 찾고자 했던 노력들이 집결돼 있고, 그래서 그런 점으로 봐서 오늘날에 와서도 최시형 선생의 말씀은, 예를 들어서, 천지만물이 막비시천주야(天地萬物 莫非侍天主也)라. 한울님을, 생명의 본질을, 본체를 모시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 그것은 불가에서 '풀 하나 돌 하나도 부처'라는 이야기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일체 존재에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같이 하신다'는 이야기와 그 생명사상은 다 같은 거지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최수운 선생, 최해월 선생 속에서 생활의 모범을 봅니다. 특히 37년 동안 그 뜻을 가르치며 돌아다니셨는데, 언제나 그 지역에 가서 모든 사람의 생활을 돕고, 일을 하면서 도와주고, 말씀하시고, 천세의 모범이셨죠. 그래서 선생님을 기리지 않을 수 없다, 하는 얘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일상생활과 선생님의 말씀과, 또 비단 동학이나 해월 선생님의 말씀뿐만 아니라 지난날 예수님이라든가 부처님이 말씀하신, 선인들이 생명에 입각해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다시 새겨서 생활 속에서 전개해가야 하겠지요."
"해월 선생께서는 37년이란 세월을 언제나 농민이나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시는 동안 남녀 공히, 아이들까지도 지극히 섬기는 모범적인 삶을 사셨지요. 해월 선생은 땅에도 침을 뱉지 말라 하셨어요. 그건 부모님 얼굴에 침을 뱉는 거나 같다고. 그래서 나막신 신고 딱딱 소리내는 것을 보고 해월 선생이 놀래시잖아요. 좀 사뿐사뿐 조용히 걷지, 딱딱 소리나게 걸으면 부모님을 상하게 한다라는 생각이셨죠. 그분은 미물에서부터 근원에 이르기까지 수미일관 속에서 사신 거죠. 그리고 영원한 생명의 자리가 자기 안에 있다고 하는 것을 매일 염송하시면서 말이지요. 이렇게 보면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하는 것은 이미 말씀 다 하신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