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재고택전통 정원과는 달리 사랑채 앞 마당에는 수목들이 우거져 있다.
김종길
건재고택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사랑채 정원이다. 사랑채 정원은 수목의 공간과 물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사랑채 앞으로 나무와 괴석이 배치된 마당 정원과 그 옆에 연못을 중심으로 조성된 직사각형의 연못 정원이 있다.
전통적으로 행랑채와 사랑채 사이의 사랑마당은 대개 비워두거나 화단을 꾸미는 정도인데, 이 고택에선 마당에 소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등을 심어 정원으로 조성했다. 거기다 일본 정원의 수법인 거북섬을 꾸미고, 설화산에서 흘러들어온 물을 끌어들여 연못을 조성했다. 전통 방식과 외래 조경이 섞인 셈이다.
원래 처음 고택을 지었을 때는 사랑채 앞을 여느 집처럼 여백으로 두었지만 일제강점기 때 이용기가 일본을 여행한 후 일본식 정원 수법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일본식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다. 상록수를 주기적으로 손질하여 인위적으로 꾸민 일본식 정원과는 달리 침엽수와 활엽수를 섞어서 자연스럽게 수목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